中 상반기 이끈 수출, 꺾일 일만 남았나… 무역 제재에 美 침체까지 악재투성이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상반기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끈 수출이 위기에 놓였다. 글로벌 큰손인 미국의 지갑 사정이 팍팍해지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무역 제재 탓에 하반기 수출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미국 경기 침체까지 겹친 만큼 다른 성장 동력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딩슈앙 스탠다드차타드(SC)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6일 나타난 세계 증시 폭락·반등에 대해 “지금까지는 시장 변동으로 간주하고 있다”라면서도 “만약 미국 경기 침체의 신호가 맞다면, 세계 경제도 침체된다는 것을 의미해 중국의 외부 수요 역시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2025년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은 수출에 의존해 올해 상반기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6월 소매판매가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내수 부진이 크게 심화했고, 부동산 신규 주택 가격도 2015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기존 성장 동력이 모두 고꾸라졌다. 하지만 수출은 6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8.6%, 1~6월 누적 3.6% 늘어나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2분기 경제 성장률이 4.7%로 위축되긴 했지만, 이마저도 수출이 없었다면 어려웠다는 평가다. 이날 발표되는 7월 수출 역시 9.5% 성장해 전월 수준을 초과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 수출 성장세는 하반기부터 꺾일 것이란 관측이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일부 국가들이 중국의 ‘과잉 공급’이 전 세계 산업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며 중국산 제품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다. 미국의 경우 수개월 내로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및 부품에 대해 각각 100%, 25% 관세를 물릴 예정이다. EU는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고 48%의 관세를 잠정 부과하고 있고, 오는 11월 이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트남은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이미 수출 선행지표들은 모두 하향세를 가리키고 있다. 대형 국영 기업 위주로 조사하는 중국 국가통계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까지 3개월째 경기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고, 민간 소규모 기업 대상인 차이신 제조업 PMI는 지난달 9개월 만에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은 국내 경제가 침체하면서 성장을 위해 수출 의존도를 키우고 있는데, 공장들이 신규 주문 감소와 낮은 가격에 시달리면서 하반기 힘겨운 시기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미국 경기 침체까지 겹칠 경우 중국 수출은 크게 내려앉을 수밖에 없다. 상반기 기준 중국의 총수출은 1조7076억달러(약 2350조8500억원)를 기록했는데, 이 중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은 2413억달러(약 332조2000억원)로 14%를 차지했다. 일본(-6.3%), 호주(-4.9%), 한국(-3.7%), EU(-2.6%)로의 수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줄었는데, 미국은 오히려 1.5% 늘었다. 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부문이 꺾일 경우 중국 정부는 적극적 재정 지출을 통해 성장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의 경기 침체가 아직 확실치 않은 데다, 이로 인해 중국이 받는 영향도 계속 줄어들고 있어 미리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유럽계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아시아 태평양 수석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예상보다 더 일찍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남아있어 경기 침체 위험이 크지 않다”라며 “게다가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 아니라 미국 경기 침체가 중국 무역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도 예전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의 최대 시장은 전체 수출의 17%를 차지하는 동남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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