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김호경 동아일보 기자 2024. 8. 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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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채라는 소재만 정하고 시작한 취재였습니다.

피해자들은 취재팀에게 "처음엔 불법사채인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취재하면서 만난 불법사채 업자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불법사채로 입은 상처가 아물지 않았을 텐데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취재에 응해준 피해자들이 하루 빨리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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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회 이달의 기자상] 김호경 동아일보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김호경 동아일보 기자

불법사채라는 소재만 정하고 시작한 취재였습니다. 피해자들은 취재팀에게 “처음엔 불법사채인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처음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습니다. 은행이나 카드사가 아닌 곳에서 담보도 없이 돈을 빌리면서 불법인 줄 몰랐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취재를 진행해보니 괜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모르는 게 당연했습니다. 불법사채 업자들은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에서 ‘정식 대부업체’의 간판을 내걸고 영업 중이었습니다. 이처럼 합법의 가면을 쓴 불법사채 업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정부는 물론 불법사채의 세계를 잘 아는 전문가들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취재팀이 그 답을 직접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5개월간 손품, 발품, 머리품을 팔았습니다. 그렇게 찾은 해답이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 광고 업체 62곳 중 5곳만 합법 영업을 하고 있다는 현실이었습니다. 취재하면서 만난 불법사채 업자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불법사채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불법사채를 막기엔 법과 제도에 빈틈이 너무 많았습니다. 제도를 만드는 기관, 감독 기관, 수사 기관 모두 달랐는데 누구도 그 빈틈을 채우려고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정부와 여야가 불법사채를 뿌리뽑아야 한다며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불법사채를 근절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불법사채로 입은 상처가 아물지 않았을 텐데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취재에 응해준 피해자들이 하루 빨리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를 기원합니다. 취재를 적극 지원해 준 회사와 동료, 선후배 기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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