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발작에도 뒷짐…금통위원들의 '불통' [기자수첩]

남주현 기자 2024. 8. 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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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 7월 금융통화위원회는 예상과 달리 인하 의견 없이 끝났다. 한국판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 '3월 후 인하 가능성'의 첫 등장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결국 소수의견은 없었다. 수도권 집값에 대한 경계가 드러났지만, '3개월 후 인하 가능성' 의견은 2명으로 늘며 아리송해졌다.

의사록이 공개되자 시장에서는 2월부터 3번 연속 '3개월 후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위원 찾기로 분주해진다.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적인 의견을 보인 인물이 신성환 위원인지, 장용성, 황건일, 김종화, 이수형 위원인지 아니면 유상대 부총재 인지 숨은 금통위원 찾기가 시작된다.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금통위원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방법은 의사록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록에는 '일부 위원', '다른 일부 위원', '또 다른 일부위원' 등의 표현으로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꼭꼭 숨겨놨다.

한은은 의사록의 모호한 표현에 대해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한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국회 업무 보고에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실명이면 자유롭게 의사를 내지 못할 위험이 있다"며 "전통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금통위 의결 사항은 익명으로 처리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 등 주요국 중앙은행에서는 개별 위원이 잦은 학회나 강연을 통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면서 의사록은 익명으로 처리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의사록도 익명이고,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은둔과 불통을 미덕으로 삼는 우리나라 금통위원 현실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금통위원들은 국회의 호출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노출을 꺼린다. 지난달 국회는 위원들을 출석시켜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했지만, 한은은 독립성을 이유로 이들을 배석시키지 않았다. 차관급 인사가 국회의 요청에도 출석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사실 금통위원들은 2005년 이후 매년 간담회를 열었고, 2017년부터는 개별 간담회를 개최해 왔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코로나19를 이유로 소통 창구는 사라졌다. 최근 위원들의 소통은 임기 내 마지막 금통위를 치른 후 퇴임식을 겸했던 박기영, 서영경, 조윤제 위원 간담회가 유일하다.

금통위원들이 침묵하는 사이 오해는 커졌다. 2월부터 '3개월 후 인하 가능성'이 4회 연속 등장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커졌다. 집값은 폭등했고,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폭풍 매수에 국채 금리는 2%대로 내려왔다. 7월 말이나 돼서 '집값' 우려를 높여봤자 늦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위원들의 숨바꼭질에 시장에서는 금통(金通)위원이 아닌 금통(禁通) 위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제 더 이상 숨어지내는 것이 정답일지 고민해 볼 때가 됐다. 각 위원은 이름을 밝히고 자신만의 의견을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낼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와 엔캐리 청산 등의 이슈로 증시가 요동치고, 환율이 널뛰는 패닉 상황이다. 이성보다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무엇보다 '7인의 현자'라는 금통위원의 통찰력이 필요할 때다. 1년에 8회, 총재의 입을 빌려서만 의견을 내놓기에는 너무 적고, 늦다.

중앙은행으로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불통이 짙어지면 억측이 등장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베일 밖에 나오지 않으면 책임감 있는 의사 결정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한은의 독립성은 금통위원의 이름을 걸고 목소리를 낼 때 비로소 힘을 얻을 수 있다.

금통위원들도 이제 시장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며 변화해야 한다. 다행히 한 금통위원이 기자간담회를 고민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1번 타자를 시작으로 '일부위원'과 '또 다른 일부위원'도 용기를 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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