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한 시즌 뛰고 NBA로 떠난 ‘챔피언’ 키퍼 사익스
본 기사는 6월에 작성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4년 7월호에 게재됐습니다.
키퍼 사익스는 지난 2016~2017시즌에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사익스는 2015~2016시즌에 뛰었던 조 잭슨(전 고양 오리온)의 뒤를 이어, 가드 외국 선수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려한 볼 핸들링과 대단한 운동 능력으로, 안양 KGC인삼공사(현 안양 정관장)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프로 이전
사익스는 고교 시절 시카고를 대표하는 가드 중 한 명으로 주목을 받았다. NCAA 그린베이 피닉스에서 뛴 사익스는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뛴 바 있는 알폰조 맥키니(전 부산 KCC)와 함께 팀의 주요 전력으로 활약했다. 첫 해부터 주전 자리를 꿰찬 사익스는 평균 11.2점 3.3어시스트로 활약했다. 호라이즌리그에서 뽑은 신입생 팀에도 뽑혔다.
이듬해에는 경기당 15.9점 4.3어시스트를 더해, 호라이즌리그 퍼스트 팀에 호명됐다. 첫 두 시즌 동안 내리 발전한 사익스는 컨퍼런스를 대표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또, NCAA 최고 가드한테 주어지는 밥 쿠지 상을 받았다.
3학년인 2013~2014시즌에는 24승 5패로, 팀을 호라이즌리그 정규시즌 1위로 이끌었다. 전미 토너먼트에 나섰던 그린베이 피닉스는 애틀랜틱 코스트 컨퍼런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버지니아 캐벌리어스를 꺾었다. 사익스는 이날 21점 10어시스트로 활약하며 반전을 이끌었다.
그러나 사익스가 이끈 그린베이는 위스컨신 배저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경기 시작 후 덩크와 함께 32점을 쏘아 올렸으나,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다만, 대학 무대 강자인 위스컨신을 상대로 선전해, 자신을 전미에 확실하게 알릴 수 있었다. 그리고 2년 연속 호라이즌리그 퍼스트 팀에 뽑혔다. 컨퍼런스에서 지정한 올해의 선수로도 선정됐다.
하지만 NBA 진출과는 먼 선수였다. 2학년 시즌 이후에 도전해야 했으나, 작은 신장으로 한계를 느꼈기 때문. 게다가 4학년 시즌 후 드래프트를 앞둔 시점에, 부상을 겪었다.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서머리그 그리고 안양
사익스는 2015 NBA 드래프트에서 호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소속으로 2015 NBA 서머리그에 나섰다. 그리고 2015~2016시즌에 앞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부름을 받았다. 트레이닝 캠프에서 뛰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사익스는 시즌 개막 직전에 방출을 당했고, 샌안토니오 스퍼스 산하 구단인 어스틴 스퍼스로 향했다.
NBA D-리그(현 G-리그)에서도 벤치에서 주로 나서야 했다. 주전으로 출장하기에, 신장 열세가 컸기 때문. 하지만 평균 13.1점 3.6리바운드 3.3어시스트(플레이오프 포함)를 하는 등, 어스틴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기여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무려 31점을 퍼부었다. 이후 2016 NBA D-리그 엘리트 캠프에 초청을 받았고,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소속으로 2016 NBA 서머리그를 누볐다. 그러나 빅리그에 나서지 못했다.
사익스는 이후 태평양을 건너기로 했다. 한국에 눈을 돌린 것. 마침 프로농구가 외국 선수 제도를 개편하면서, 가드 유형 외국 선수도 코트에 나설 수 있었다.(KBL은 당시 ‘외국 선수 2명 중 1명을 193cm 이하로 선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래서 사익스는 안양 KGC인삼공사의 부름을 받을 수 있었다. 2016 KBL 외국 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2순위로 선발된 사익스는 KGC인삼공사의 포인트가드를 잘 소화했다. KGC인삼공사의 약점이었던 포인트가드를 완벽히 소화했다.
KGC인삼공사도 위력을 떨쳤다. 오세근(현 서울 SK)과 양희종(은퇴), 이정현(현 서울 삼성)까지 강력한 핵심 전력을 구축하고 있었고,. 여기에 1라운드로 선발한 데이비드 사이먼까지 더해졌기 때문.
다만, 당시 외국 선수 제도는 2쿼터와 3쿼터에 두 선수를 동시에 기용할 수 있었기에, 사익스는 2쿼터와 3쿼터에 많이 나서야 했다. 그 외의 시간에는 벤치에서 출격해야 했기에, 경기 감각을 익히기 쉽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사익스는 프로농구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당시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현 고양 소노 감독)도 사익스의 플레이에 아쉬움을 표출했다. 그러나 고심 끝에 사익스를 남기기로 했고, 사익스도 적응을 서서히 했다. 출전 시간은 여전히 길지 않았으나, 4쿼터에도 코트를 밟았다. 자신의 장기인 화려한 돌파와 엄청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많은 점수를 쌓았다.
또, 오세근이 상대 외국 선수를 막아준 것도 컸다. 그래서 사익스는 국내 선수를 상대로 1대1 실력을 뽐낼 수 있었다. 적응을 마친 후에는 다른 선수를 살려주기도 했다. 특히, 돌파로 상대 수비를 모은 후, 킥 아웃 패스로 국내 선수들의 외곽포를 이끌었다.
사익스의 위력이 더해지면서, KGC인삼공사도 우승 도전에 성큼 다가설 수 있었다. 김승기 감독도 사익스를 더욱 신뢰했다. 사익스가 평균 20분 내외의 시간을 소화했음에도, 핵심으로 거듭났기 때문. 특히, 2쿼터와 3쿼터에 나오는 ‘사익스-이정현-양희종-오세근-사이먼’의 조합은 극강이었다.
사익스의 경기력은 3월 들어 더욱 좋아졌다. 2017년 3월 초에 열린 두 경기에서 연속 25점을 폭발하는 등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했다. 특히, 4일에 열린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는 무려 30점을 책임졌다. 후반기 한정, 팀의 확실한 1옵션으로 거듭났다.
정규리그 54경기 모두 소화한 사익스는 경기당 15.1점 4.6어시스트 2.9리바운드 1.4스틸을 기록했다. 사익스가 마지막 조각을 확실하게 채우면서, KGC인삼공사는 창단 처음으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챔피언 결정전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위기가 찾아왔다. 사익스가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발목을 다친 것. 그래서 KGC인삼공사의 우승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현 라건아)와 문태영, 김준일(현 울산 현대모비스)과 임동섭(현 고양 소노), 김태술(현 SPOTV 해설위원) 등 호화 전력을 자랑했다. 그나마 가드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사익스가 다치면서, KGC인삼공사의 우승 도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KGC인삼공사는 재빨리 대체 외국 선수를 물색했다. 그러나 수려한 선수를 데려온다고 하더라도, 시리즈 중에 손발을 맞춰야 했다.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어쨌든 KGC인삼공사는 마이클 테일러와 임시로 계약했다. 그러나 테일러는 예상외로 잘 녹아들었다. 사익스가 빠졌음에도, KGC인삼공사는 4승 2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사익스도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한국을 뒤로 하고
KGC인삼공사는 사이먼 그리고 사익스와 함께 하길 바랐다. 재계약 협상도 무난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사이먼은 신장 제한으로 KGC인삼공사에 남지 못했고, 사익스는 터키 2부리그에서 뛰기로 결정했다. KBL에서 5년 동안 뛸 수 없었다.
2019~2020시즌에는 중국리그로 향했다. 광저우 룽 라이언스 소속으로 평균 28.2점을 퍼부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한 시즌을 채우지 못했다. 그 후 이탈리아로 향했다. 이탈리아로 향한 사익스는 유로리그를 경험했다. 유로리그 정상급 팀을 상대하기도 했다. 다만, 핵심 선수로 뛰기 부족했다. 2020~2021 유로리그에서 평균 7.2점 2.2어시스트 1.3리바운드에 그쳤다.
2021년 여름에 NBA에서 뛸 기회를 얻었다.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투웨이딜’에 앞서 맺는 계약(Exhibit-10)으로 사익스를 부른 것. 사익스를 부른 인디애나는 사익스와 계약할 여지를 마련했다. 권한을 가진 인디애나는 사익스와 투 웨이 딜을 체결했고, 사익스는 NBA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또, 2021~2022 NBA는 2021년 12월 말에 개막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일정 변경 때문이었다. 게다가 말컴 브록던(현 워싱턴 위저즈)과 T.J. 맥코넬 등 가드 자원들이 많이 다쳤다. 그래서 인디애나는 사익스를 불러올렸다. 사익스는 2021년 12월 30일 열린 샬럿 호네츠와의 홈 경기에서 처음으로 NBA 코트를 밟았다. 비록 득점을 하지 못했지만,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곧바로 열린 시카고 불스와의 경기에서 NBA 데뷔 득점을 기록했다. 2022년 1월 초에 열린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전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주전으로 출장했다. 이날 3점슛 두 개를 포함해, 첫 두 자리 득점을 기록했다. 10점 5어시스트 3리바운드에, 스틸과 블록슛까지 곁들였다. 이후 뉴욕 닉스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개인 최다인 22점을 퍼부었다. 이날 3점슛만 네 개를 성공하는 등 그간 갈고 닦았던 득점력을 제대로 뽐냈다.
인디애나 백코트의 새로운 대안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부상 선수가 돌아오면서, 사익스는 다시 벤치로 향했다. 간헐적으로 득점을 올리기는 했으나, NBA에서 꾸준히 뛰기는 쉽지 않았다. 다만, 32경기 중 11경기를 스타팅 멤버로 출전할 수 있었고, 평균 17.7분 동안 5.6점 1.9어시스트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렇게 ‘NBA 리거‘로서의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사익스는 여전히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NBA를 여전히 꿈꾸고 있다. 디트로이트 피스턴스 산하 구단인 모터시티 크루즈에서도 생활했고, 브루클린 네츠 산하 구단인 롱아일랜드 네츠에도 몸을 담았다. 그리고 2023년 12월 15일에는 시카고 불스 산하 구단인 윈디시티 불스로 트레이드됐다.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considerate2@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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