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순방 마친 독일 국방장관…중국 겨냥 인도-태평양 전략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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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미국 하와이 사이 거리는 약 1만2000㎞에 달한다.
아울러 독일은 미국 인태사령부에 연락 장교도 새로 배치해 이 지역 정세 파악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있는 독일은 중국에 대해서도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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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미국 하와이 사이 거리는 약 1만2000㎞에 달한다. 한국, 필리핀과의 거리도 8천∼1만㎞ 남짓이다. 하와이부터 시작해 수만 킬로미터를 오간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의 인도·태평양(인태) 지역 순방은 지난 4일(현지시각) 필리핀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독일의 인태 지역에서의 존재감을 키우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하와이 호놀룰루를 방문한 피스토리우스 장관의 첫 일정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침몰한 유에스에스(USS) 애리조나함과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기념관에 헌화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또한, 그는 독일 해군의 바덴-뷔르템베르크급 호위함에 올랐다. 독일 디벨트는 지난달 8일 시작한 미국 주도의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해상훈련인 2024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 독일이 이 호위함과 다목적 보급함인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등 함정 2대를 참가시킨 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5월부터 임무를 시작한 두 함정은 남중국해도 통과할 예정이다. 아울러 독일은 미국 인태사령부에 연락 장교도 새로 배치해 이 지역 정세 파악도 강화하기로 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지난 2일에는 한국도 방문해 18번째 유엔군사령부 회원국 가입 소식을 알렸다.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가입 기념식에도 참석한 그는 북한과 접한 남한의 국경을 보호하는 데 독일이 도움이 될 것임을 강조하며, 오는 9월 독일 연방군의 최신형 에이(A)319-오에이치(OH) 관측용 항공기를 배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고 독일 언론은 전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4일에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대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을 방문했다. 그는 이날 길버트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과 올해 안으로 국방 협력 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아시아·태평양, 유럽 안보 위기 속에서 무력이나 강압을 통해 일방적인 주장을 관철하려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중국을 겨냥한 공동 성명을 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5일 “미국을 따라 아시아·태평양 문제에 간섭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을 자극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과 (독일의)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는가”라며 미국과 중국 사이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독일이 개입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중략)…중국과의 관계를 해치는 대가로 필리핀을 지원하는 것은 독일에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독일의 인태 지역 전략을 비판했다.
독일은 지난 2019년 6월 ‘인도-태평양 전략’을 처음 발표해 프랑스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로 이 전략 참가를 선언했다. 미국의 전략은 중국 견제 목적이 컸지만, 당시 유럽은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선 협력과 위험회피(디리스킹)를 모두 달성하고자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있는 독일은 중국에 대해서도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독일 기독교민주연합(CDU) 로데리히 키제베터 의원은 야당임에도 피스토리우스 장관의 이번 순방을 환영한다고 밝히며,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대만의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해 이 지역이 독일에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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