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과 '신뢰' 그리고 '특종'의 갈등 속에서....'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기사를 쓰기 전에 정리해야 할 몇 가지 관계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State of Play)│2009

감독 : 케빈 맥도널드 │ 주연 : 러셀 크로우, 벤 에플렉, 레이첼 맥아담스

▲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포스터

*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워싱턴 글로브지의 에이스, '맥프리'(러셀 크로우)는 밤사이에 일어난 총기 살해 사건을 파헤치던 중, 스타 국회의원이자 오랜 친구인 '스티븐 콜린스'(벤 에플렉)가 청문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콜린스의 보좌관이었던 '소냐'가 출근 도중 지하철에서 사망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콜린스는 즉시 소냐와의 불륜 관계를 인정하고, 최근 서먹했던 맥프리의 집에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콜린스가 내연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기사들이 나오자 글로브의 편집장인 '카메론'(헬렌 미렌)과 온라인 담당 신입기자인 '델라'(레이첼 맥아담스)는 맥프리에게서 콜린스의 뒷이야기를 캐내려고 하지만 맥프리는 친구를 지켜주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총기 살해 사건과 소냐의 죽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까지도 이어져 취재의 결정적인 순간을 그르치고 만다. 맥프리는 과거 콜린스의 아내 '앤'(로빈 라이트)과의 불륜 때문에 스티븐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스틸컷

케빈 맥도널드 감독의 2009년작,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명석하고 사명감 있는 기자라 해도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에 대해 잘 보여준다. 맥프리는 죄책감 때문에 스티븐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편집장은 물론 앤까지 설득하고, 언론이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도록 유도한다. 명백하게도 그의 첫 번째 실수는 스티븐을 정치인이 아닌 친구로만 생각하면서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스티븐이 청문회를 통해 막으려 했던 것이 포인트코프라는 거대 기업의 독점이었고, 소냐도 포인트코프에 스티븐의 정보원으로 고용되었다가 더 이상 정보를 넘기지 않자 사망했기 때문에 스티븐도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은 이성적이다. 다만, 공인이면서도 불륜을 떳떳하게 밝힐 만큼 윤리적 감수성이 떨어져 있는 스티븐이 소냐가 살해당했을 당시 그녀와 정확히 어떤 관계였는지 조사해 보지 않은 책임도 크다. 맥프리는 스티븐에 대한 의리와 믿음 때문에 그 또한 취재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기사의 내용을 미리 공유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스틸컷

친구의 아내이면서 관계를 가졌던 앤 또한 맥프리가 기사를 쓰기 전에, 혹은 그보다 먼저 확실히 정리해야 할 사람이었음은 분명하다. 앤은 자신이 콜린스와 이미 멀어졌고, 소냐 사건을 빌미로 헤어질 생각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맥프리의 집을 찾아온다. 일방적인 미련이라 하기에 두 사람의 첫 만남신은 다소 끈적해 보인다. 어떤 이유에서든 맥프리는 관계의 여지를 남겼고, 앤이 그를 찾아오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남편의 정치적 입지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대외적으로 콜린스 편에 서 있는 앤 역시 맥프리가 가까이 하거나 믿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스틸컷

동료들 사이에서도 신경써야 할 관계가 있다. 맥프리는 거대기업과 정치인, 그의 내연녀까지 연루된 이 복잡한 사건을 취재하면서 델라와 처음 일하게 된다. 온라인 기자들이 지면 기자들보다 무시당하던 2000년대의 상황이 반영되어 있기에 맥프리도 카메론도 처음에는 델라를 못 미더워하지만 델라는 남다른 자신감과 열정을 무기로 두 사람에게 신뢰를 준다. 그녀도 때로 과욕을 부리거나 선배의 지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등 일천한 경험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경찰에 먼저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거나 콜린스도 취재대상이므로 거리를 두고 대해야 한다는 것 등 그녀의 주장은 결국 타당한 것으로 밝혀진다. 이후, 델라와 맥프리는 각자 블로그와 지면에 이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다룬 기사를 쓰기로 명쾌하게 합의한다. 이 대목에서는 델라가 정치사회적인 기사를 맥프리의 지면에 양보한 모양새인데, 여기에는 중요한 기사는 손에 들고 봐야 한다는 감독의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다. 2000년대에는 가능한 발상이었을 것이다.

▲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스틸컷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으나 기본적으로는 픽션이다. 다양한 기관과 사건, 사람들이 등장하고 서로 얽혀 있어 쉽고 단순하게 다가오는 작품도 아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러한 이야기가 더 현실과 닿아 있을지 모르겠다.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사람들 사이의 실선이 커다란 사건과 연결되는 일들은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지 않으므로. 그 수 많은 실선들 사이에서 기사를 써내려 가야 하는 기자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다.

▲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스틸컷

■ 글 : 윤성은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 전주국제영화제 이사)

YTN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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