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되고 슈퍼캐치까지, 최항의 뭉클했던 1박2일…'요람 세리머니'로 롯데는 하나 됐다
[OSEN=부산, 조형래 기자] “뭉클했습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최항(30)은 지난해 11월 열린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에서 데뷔 팀이었던 SSG 랜더스를 떠나게 됐다. 롯데의 지명을 받으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이적을 하게 됐다.
롯데에서 최항은 주전 선수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루와 3루 백업, 그리고 대타와 대수비 자원으로 요긴하게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 선수들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주고 있다. 롯데에서 첫 시즌이지만 확실하게 적응하면서 롯데에 녹아들었다.
이런 최항에게 2024년 8월 5~6일은 잊을 수 없는 나날들이었다. 일단 5일, 최항은 득녀했다. 아빠가 된다는 벅찬 감정을 안고 최항은 6일 NC전이 열리는 사직구장으로 출근했다. 경조휴가를 신청할 수도 있었지만 최항은 그러지 않았다. 최항은 “아내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았으면 경조 휴가를 썼을텐데, 아내 상태도 괜찮고 아내도 빨리 야구장 나가라고 해서 가볍게 나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롯데 동료 선수들은 최항의 득녀 소식을 듣고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주장 전준우는 최항, 그리고 앞서 7월31일 역시 득녀를 한 구원투수 구승민을 축하하기 위해 ‘요람 세리머니’를 제안했다. 최항은 “(구)승민이 형도 최근에 득녀를 했는데, (전)준우 형이 먼저 축하하자는 의미로 세리머니를 제안해주셨다. 뭉클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롯데 타자들은 안타를 치고 양 손으로 아기를 안고 어르고 달래는 제스처를 취하는 ‘요람 세리머니’를 펼쳤다. 일회성 세리머니지만 선수단 모두가 함께하면서 하나가 됐다.
이날 최항은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기 중후반을 위해 대기했다. 0-4로 뒤지던 롯데는 7회말 4득점 빅이닝으로 5-5 동점에 성공했고 8회말 나승엽의 적시타로 6-5로 역전했다. 이후 8회말 2사 1루에서 포수 손성빈의 대타로 출장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최항은 좌익수 방면 큼지막한 타구를 쳤지만 좌익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이어진 9회 최항은 3루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9회 경기는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최근 부침이 있었던 마무리 김원중은 1사 후 연속안타를 허용했고 고의4구까지 내주며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모두가 긴장해야 하는 순간. 1사 만루에서 NC 4번 타자 권희동의 타구가 최항의 머리 위로 향했다. 라인드라이브 타구 보다는 살짝 아래로 떨어지는 드라이브가 걸린 타구. 최항은 타이밍 맞춰서 점프해 타구를 걷어냈다. 롯데와 김원중을 모두 구해내는 슈퍼캐치였다. 최항 덕분에 역전을 막은 롯데와 김원중은 계속된 2사 만루에서 김휘집을 범타 처리하며 1점 차 대역전승을 지켰다.
최항이 이날 승리에 기여한 정도는 크다. 그만큼 최항의 슈퍼캐치 순간이 중요했다. 이 순간에 대해 “NC 선수들이 성향상 3루 측으로 많이 치기 때문에 무조건 하나는 올 것 같았다. 어떻게든 상황이 나에게 올 것 같아서 여러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 놓고 준비했다”라면서 “점프를 뛰었는데 살짝 드라이브가 걸려 떨어지더라. 일단 그냥 잡으려고 하는데 집중했다. 다행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살짝 떨어뜨리거나, 타구를 더듬었어도 홈에서는 아웃시킬 수 있었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항상 상황은 내가 생각한대로 오지 않기 때문에 여러가지 상황에 대비했다. 무조건 집중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항이 타구를 잡아낸 모습을 지켜본 김원중은 “키를 넘어가면 할 수 없고 지는 것인데, (최)항이가 좋은 기운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항이가 잡아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라며 ‘샤라웃’을 외쳤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그리고 덕아웃에서 모두가 최항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항을 향해 ‘나이스 수비’, ‘나이스 캐치’를 쉴새 없이 외쳤다. 최항의 자그마한 ‘분유버프’라고 볼 수 있었다. 최항은 앞으로 그라운드에서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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