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F&F·형지, 잇단 소송전에 '속앓이'

정혜인 2024. 8. 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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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인수한 미국 화장품 브랜드…작년 매출 1300억
잔여 지분 35% 인수 추진…기존 주주와 가격 이견 커
/그래픽=비즈워치

LG생활건강이 지난 2022년 인수한 미국 화장품 회사 '더크렘샵(The Creme Shop)'을 두고 주주와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인수 후 남은 잔여지분 35%에 대한 인수·매각 과정에서 양측이 금액에 대한 이견을 보이고 있어서다.

두 배 차이 나는 가격

LG생활건강의 자회사 더크렙샵 주주 김선나(Sunna Kim) 씨와 김인실(Insil Kim) 씨는 지난 2일 풋옵션(매도청구권) 행사 유효 확인 청구를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제기했다. 이들은 더크렘샵의 지분 35%(35만주)를 가진 주주이다. 이 중 김선나 씨는 2012년 미국에서 더크렘샵을 설립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2022년 당시 더크렘샵의 대표였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22년 4월 더크렙샵의 지분 65%(65만주)를 1억2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1485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주주간 계약에는 김선나 씨 등 기존 주주가 보유한 잔여 지분 35%에 대한 풋옵션(매도청구권)과 콜옵션(조기상환권)이 모두 포함됐다.

풋옵션은 일정 조건이 갖춰지면 대상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다. 콜옵션은 반대로 대상을 사들일 수 있는 권리다. 즉 김선나 씨 등 주주들은 자신들의 지분을 LG생활건강에 추가로 팔 수 있는 권리를, LG생활건강은 김씨 등 주주들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권리를 가졌다는 의미다.

이 계약에는 콜옵션이나 풋옵션 행사시 그 이듬해에 지분을 LG생활건강에 넘기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옵션 행사가액, 즉 지분을 팔 가격을 정할 수식도 담겼다. 단 옵션 행사가액 상한선은 1억3000만달러였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1월 이 콜옵션을 행사해 이들 주주의 지분 35%를 모두 사들이기로 했다. 가격은 6680만달러, 현재 환율 기준 약 918억원을 제시했다. 문제는 김씨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이 옵션 행사를 거부하자 LG생활건강이 먼저 ICC에 콜옵션 행사의 유효성을 확인 받기 위한 청구를 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씨 측이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며 ICC에 중재를 요구했다. 김씨 측이 제시한 행사가격은 1억3000만달러, 약 1785억원이다. 이는 양측이 체결한 옵션 계약상 청구 가능한 최대 금액이다. 결국 잔여 지분을 더 낮은 가격에 사려는 LG생활건강과 더 비싼 가격에 팔려는 기존 주주간 다툼이 벌어진 셈이다. ICC 중재 판결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내년 상반기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북미사업 효자 됐는데...

LG생활건강이 2022년 더크렘샵을 인수한 것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더크렘샵은 K뷰티에 관심이 많은 미국 Z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다. K뷰티와 현지 감성을 조화시킨 제품으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헬로키티', '디즈니', 'BT21' 등 인기 캐릭터와의 협업 제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SNS상에서도 Z세대와 직접 소통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실제로 더크렘샵은 LG생활건강에 인수된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1년 470억원이었던 더크렘샵의 매출액은 LG생활건강에 인수된 2022년 700억원, 이듬해인 2023년에는 1365억원으로 치솟았다. 덕분에 LG생활건강의 북미 매출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2022년과 2023년 LG생활건강의 북미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1.9%, 11.0%씩 늘었다. 전체 매출 중 북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6.4%에서 2022년 8.0%, 2023년 9.4%로 올랐다.

LG생활건강의 북미 사업 대부분이 아직 적자를 보고 있는 것과 달리, 더크렘샵은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 더크렘샵은 2021년 119억원, 2022년 166억원, 2023년 31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LG생활건강은 더크렘샵이 가파르게 성장하자 더그램샵을 100% 자회사로 두기 위해 잔여 지분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LG생활건강과 기존 주주들간의 지분 가치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큰 것이 문제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이 2022년 지분 65%를 사들였을 당시의 가격은 1억3000만달러였다. 이를 고려하면 나머지 35%를 6680만달러에 인수하겠다는 것은 현재 지분가치가 2022년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반면 기존주주인 김 씨 측이 제시한 1억3000만달러는 2022년 65%의 가격과 맞먹는 금액이다. 김 씨 측은 지분가치가 두 배가량 상승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해외서 소송전 휘말린 한국 기업

LG생활건강과 더크램샵의 분쟁과 같은 사례는 또 있다. 앞서 패션기업 F&F는 프랑스의 유한책임회사 '모뱅(Movin SARL)'과 3700억원대 소송에 휘말렸다. F&F가 보유한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Sergio Tacchini)'와 관련한 소송이다.

F&F는 지난 2022년 세르지오 타키니 본사(STO)를 인수했다. 모뱅은 유럽 등 23개국에서 세르지오 타키니의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모뱅은 STO의 자회사인 세르지오 타키니 유럽(STE)과 계약을 맺고 브랜드 사용권을 받아 현지에 판매할 제품을 생산한다.

하지만 모뱅은 "STO가 정품 인증 라이선스 홀로그램을 발급해주지 않아 의류를 판매하지 못하게 됐다"며 지난달 영국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상에는 STO, STE, F&F가 모두 포함됐다. 청구액은 2억4520만 유로로, 지난달 환율 기준 3706억원에 달한다. 이는 모뱅의 40년치 영업이익에 해당한다.

F&F는 제품 검수와 디자인 확인 과정에서 모뱅이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홀로그램을 발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F&F는 모뱅이 소송 제기 후 STO와 STE에 협상을 제기한 점으로 볼 때 "분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일종의 기획소송"이라고 보고 있다.

/ 사진=F&F

패션그룹형지도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Castelbajac)'과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패션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 장 샤를 드 까스텔바작(Jean Charles de Castelbajac)이 형지가 지난 2016년 인수한 까스텔바작의 글로벌 본사 PMJC에 수년째 소송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디자이너 까스텔바작은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든 후 2012년 PMJC에 브랜드를 넘겼다. 이후 그는 PMJC가 자신의 작품을 모방한 디자인을 활용하면서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PMJC를 상대로 계속 소송을 내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디자이너 까스텔바작이 브랜드 취소를 포함한 무리한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면서 법적 분쟁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해외 사업 확장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리스크이기 때문에 해외 법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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