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갈아입을 곳도 없어" 선수협,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열악한 환경에 강한 우려
[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연일 무더위 속에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제23회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 심각한 우려를 표현했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회 현장을 가보면 너무 열악하다. 경기장 환경부터 주변 여건, 운영 부분 모두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건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선수협은 선수권대회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제보를 받고 이번 대회 실사에 나섰다. 여자 선수
들이 출전하는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초·중·고교 그리고 대학, 일반부까지 어디에도 옷을 갈아입을 탈의실이나 라커룸이 전혀 없었고 천막만 설치되어 있는 공간에서 가림막도 없이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 A는 "줄을 서서 좁디좁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다가 이제는 짜증이 나서 그냥 대놓고 천막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가림막도 없고 그냥 알몸이 노출되는데 정말 자괴감이 든다. 옷을 갈아입는 것은 경기에 나서기 위한 첫 루틴인데 이것부터 제대로 되지 않는데 무슨 경기력을 말할 수 있나 싶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장소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선수들을 비롯해 경기 관계자, 지도자, 심판들 모두 대기실 자체가 천막으로 되어 제대로 휴식을 보장받을 수가 없다. 35도가 넘어가는 불볕더위에 폭염경보가 시간마다 울리는 상황에서 마땅한 휴식 공간조차 없는데 경기는 18시에 킥오프이다. 적어도 선수들이 1시간 반 전부터는 몸을 푸는 것을 고려하면 선수들은 더위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땡볕 아래에서 준비를 해야하는 힘든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8월 3일 열린 고려대와 위덕대의 경기에서 선수 한 명은 무더위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결국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호송됐다.
고려대와 위덕대의 경기에서 아찔한 상황이 나온 것에 대해 선수 B는 매우 격노했다. 선수 B는 "구급차 및 부상선수에 대한 대처가 매우 아쉽다. 선수가 응급 부상임에도 대처가 심각하게 늦다. 앰뷸런스도 부족한 것 같다. 지난 선수권 경기 때도 머리에 출혈이 있는 선수가 자가용을 타고 이동하는 상황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 많이 고생하시는 것은 알지만 심판 및 경기 운영진들도 인이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응급상황에 대한 소통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또한, 볼보이가 없는 경기도 있다. 이런 점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여자 심판들도 옷을 갈아입을 곳이 없어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심판을 위한 별도의 공간도 없어서 선수단과 한데 섞여 있는 장면도 포착되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선수 C는 "선수들이 사실 경기 관계자나 심판들하고 가까이 붙어있으면 불편하다. 그런데 뭐 천막 옆에 쭉 앉아 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 천막에 앉아 있어봤자 더워서 숨을 쉴 수가 없다. 전반전 끝나고 라커룸으로 들어와 재정비하고 후반전에 나서야 하는데 다 공간이 뚫려있어서 말 한마디 하기도 조심스럽다. 전술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어렵고 불편한 상황이 계속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선수 D는 "대회 운영에 대해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이전 경기에 투입된 심판분들이 다시 재정비해서 경기에 투입되다 이로 인해 경기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심판분들도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연속해서 경기에 투입되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다. 그러다가 지쳐서 집중력 저하로 판정에서 실수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초·중·고교 대학경기는 연속해서 펼쳐지다 보니 다음 경기에 나설 팀들이 몸을 제대로 풀 곳이 없어 전반전이 끝난 후엔 4개 팀이 경기장 하나를 두고 몸을 푸는 상황이다. 심각하다"고 전했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프로야구의 경우 잠실야구장(두산 베어스-키움 히어로즈)과 울산
야구장(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두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됐다. 그만큼 폭염이 심각한 문제다. 특히 이번 대회가 열리고 있는 곳은 모두 인조 잔디 구장으로, 인조 잔디의 경우 천연 잔디보다 지열 온도가 더 높아서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용광로 위에서 뛰는 기분일 것이다. 요즘 같은 한여름에는 18시 경기도 더위가 가시지 않아 매우 힘들다. 시간을 좀 더 늦추는 것도 한 방법이라 본다. 선수권대회를 꼭 해야 한다면 시기를 조절하거나 지역을 좀 변경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선수협은 어려운 환경 속에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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