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왜 못 나가요? 학교 밖 청소년은 청소년 아니란 '이상한 역설' [그림자 밟기]
공모전 자격 요건 초중고 ‘재학 중’
‘학교 밖 청소년’ 참여할 수 없어
기회 주지 않는 명백한 차별 행태
권리 침해 사례 발굴하고는 있지만
법적 규제 없기에 사회적 변화 더뎌
법ㆍ제도 물론 사회적 인식 변해야
초ㆍ중ㆍ고 '재학 중'이란 말에 의문을 품어본 적 있는가. 이 용어가 공모전의 자격 요건 중 하나라면 이는 분명히 차별적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이유도 모른 채 공모전에 참여할 수 없어서다. 문제는 수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홍기자의 그림자 밟기'에서 그 차별의 민낯을 들여다봤다.
![꿈드림 청소년단이 학교 밖 청소년 권리침해 사례 개선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사회적 변화는 더디다.[사진=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8/07/thescoop1/20240807100205472lbor.jpg)
#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가 지난 4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2024 세계기록유산 숏폼 애니메이션' 공모전. 공모 자격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과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재학생에 한함) 및 대학(원)생(휴학생 가능)'이다.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은 휴학생도 가능한데, 고등학생은 왜 재학생만 응모가 가능한 걸까. 이른바 '학교 밖 청소년'에겐 기회가 없는 걸까.
# 2022년 열린 어느 과학 실험 공모전. '학교장 추천서'는 이 공모전이 제시한 필수제출서류였다. 당시 '학교 밖 청소년'이던 민주(18ㆍ현재)양은 몇개월 동안 준비한 실험이 있었지만, '학교장 추천서'를 받을 수 없어 공모전에 참여하지 못했다. 민주양이 다니던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서 "기관장 추천서로 대신할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공모전 측은 거절했다. 학교장 추천서는 되고 기관장 추천서는 안 된 셈인데, 이유가 뭘까.
'학교 밖 청소년'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해마다 4만~5만명의 청소년이 '학교 담장 밖'을 선택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학교 밖 청소년은 16만8000명으로 추정된다.
'학교 밖 청소년'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9세에서 24세까지의 청소년을 의미한다. 혹자는 가출ㆍ학교생활 부적응 등 부정적인 단어와 연관 짓지만, 그렇지 않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를 그만둔 후에도 학업을 계속하거나 직업훈련ㆍ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성학 '세상이 학교인 자퇴생' 대표는 "우리나라는 '청소년은 학생'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학생이 아닌 이들의 존재를 쉽게 잊어버린다"면서 "학교를 다니지 않는 상태로 다양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은 사회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진행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은 요금을 더 많이 내거나(10.4%), 공모전 참여를 제한받는(8.5%) 등 차별을 당했다. 예를 들어보자. 정부는 9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청소년증'을 발급해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8/07/thescoop1/20240807100206746tysj.jpg)

학생증과는 다른 '국가 신분증'이다. 어른으로 치면 주민등록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은 '청소년증'을 제시해도 청소년 할인을 받지 못할 때가 숱하다. 학생증이 아니란 이유에서다. 학교 밖 청소년 지민(18ㆍ가명)양은 "연극을 보러갔을 때 청소년증을 제시했는데, 학생증이 아니란 이유로 할인을 못 받았다"면서 "청소년증이 정부가 인증한 신분증이라는 걸 말했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정부도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겪는 차별을 잘 알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015년부터 '꿈드림 청소년단'을 운영하고 있다. 꿈드림 청소년단은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지원 정책을 당사자 격인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직접 점검하고 제안하는 사회참여활동모임이다. 예산도 있다. '국비 50% 시비 50%'로 운영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예산의 일부를 받는다.[※참고: 전국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222개소에 들어가는 예산은 올해 기준 245억원이다.]
주목할 만한 성과도 내고 있다. 꿈드림 청소년단은 지난해 480건의 권리침해 사례를 발굴해 그중 76.3%인 366건을 개선했다. 2022년에는 418건 중 339건, 2021년에는 364건 중 243건을 고쳤다.
경북 꿈드림 청소년단 권리침해사례발굴팀 임혜선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학교 밖 청소년이다. "17살 때 자퇴한 후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차별을 당할 때마다 '패배자'가 된 기분을 느꼈어요. 그래서 꿈드림 청소년단의 활동은 의미가 있어요. 학교 밖 청소년이 겪는 권리침해 문제를 학생들이 직접 찾아내 개선하고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사회적 변화가 더디다는 점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개선 활동'에 앞장서고 있지만,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 꿈드림 청소년단이 권리침해 사례를 발굴하더라도 '권고'만 할 수 있어서다. 여가부 역시 청소년 공모전 등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차별하는 용어를 쓰는 것을 법적ㆍ제도적으로 금지하진 않고 있다. '법적ㆍ제도적 규제는 과도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가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도 '학교 밖 청소년 권리지킴 가이드북'을 통해 '초ㆍ중ㆍ고등학생' 대신 '초ㆍ중ㆍ고등학생 및 동일연령 청소년'으로 표현하기를 권고하고 있을 뿐이다. 김희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모전 참가에서 배제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이든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이든 기본적인 권리는 같다"고 꼬집었다.

조규필 세종사이버대(가족복지상담학) 교수는 "계도 차원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직접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지만, 전제는 사회적 인식이 선행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관련 법령에 학교 밖 청소년의 권리 침해 예방 조항을 신설해 학교 밖 청소년들이 차별받지 않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언제까지 '제도권 밖'에 있어야 할까. 그들은 또 언제까지 '불량한 아이들'이란 편견에 갇혀 있어야 할까. '학교 담장'을 스스로 벗어났다고 공모전에 맘대로 참여할 수 없고, 청소년 할인도 받지 못한다면 법과 제도는 물론 사회적 인식도 변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불편한 꼬리표를 단 '학교 밖 청소년'들은 오늘도 늘어나고 있다.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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