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약 된다"…4기 암 환자에 '대변이식'했더니 놀라운 효과
서울아산병원 박숙련, GIST 박한수 교수팀
"대변이식으로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 상승"
1명 암 부분 관해, 5명 암 더 이상 진행 안 해
세계 최초 고형암 임상 연구, '셀' 자매지에 발표
대변 이식으로 간암, 위암, 식도암 등 전이성 고형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세계 최초로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숙련 교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박한수 교수 연구팀은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암이 진행된 13명의 전이성 고형암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좋은 환자의 대변을 이식한 후 면역항암제 치료를 실시한 결과, 절반의 환자에게서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다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 대변이식을 받은 암 환자 13명 중 1명은 암이 부분 관해(치료전에 비해 암 크기가 눈에 띄게 감소) 됐고 5명은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안정 상태를 보였다. 추가로 연구팀은 면역항암제 내성을 극복하는 대변 이식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유익균을 새롭게 발견하고 '프레보텔라 메르대 이뮤노액티스'로 명명했다.
대변이식은 염증성 장 질환 등 수많은 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실제 임상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2016년 우리나라 보건의료연구원(NECA)도 감염 환자에 '대변 세균총 이식'을 신의료기술로 허가한 바 있다.
대변 이식 전 수혜자에게 경구 항생제를 투약해 장내 미생물을 제거한 후, 공여자의 대변에서 미생물만 분리해내 대장 내시경을 통해 이식했다. 이후 면역항암제 치료를 실시하며 6~8주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암 상태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1명의 전이성 간암 환자에게서 대변 이식 후 암 크기가 48%가 감소해 부분 관해가 나타났다. 또, 대변 이식 전 간암 종양 표지자 검사(AFP) 수치가 백만 ng/㎖ 이상까지 증가했었지만 이식 후 3000ng/㎖로 감소하는 드라마틱한 결과를 보였다.
5명의 전이성 암 환자는 대변 이식 후 더 이상 암이 진행되지 않아,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암이 진행한 환자 13명 중 거의 절반의 환자에게서 면역항암제 효과가 다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 암이 부분 관해된 전이성 간암 환자는 첫 대변 이식과 면역항암제 치료에도 암이 계속 진행돼 다른 환자의 대변을 다시 이식받았다. 8주 후 효과가 나타났는데, 연구팀은 치료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 원인을 찾기 위해 대변 이식 후 장내 미생물 구성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균주를 최초로 발견하고 '프레보텔라 메르대 이뮤노액티스'라는 이름을 붙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밖에 '박테로이데스 플레비우스' 균과 '락토바실러스 살리바리우스' 균은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억제하는 유해균이라는 사실도 아울러 발견했다.
새롭게 발견된 '프레보텔라 메르대 이뮤노액티스'와 사람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함께 배양한 결과 T세포에서 나오는 면역반응 물질인 인터페론감마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암을 유발한 쥐 모델을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도 이 유익균과 면역항암제를 같이 적용했을 때 암 크기가 50% 이상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숙련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면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데, 면역항암제 내성 극복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해 장내 미생물 연구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한수 GIST 교수도 "앞으로 장내 미생물 조합과 암 면역 반응 최적화 연구를 통해 암 치료 결과를 향상할 수 있도록 유익균을 높이고, 유해균을 낮추는 최적의 미생물 군집 연구 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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