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의 웨이투고] '참여 아닌 관전'일지라도…뉴스의 효용

조민진 작가 2024. 8. 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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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진 작가
지난달 22일이었다. 보통 아침엔 잠깐이라도 라디오 뉴스를 틀어두는데 그날은 어쩌다 보니 깜빡했다. 새벽에 집으로 배달돼 온 조간신문만 대충 훑었다. 미국 대선 기사에 눈길이 갔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출마 포기 압박이 정점에 달해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토론 후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에 따른 인지 기능 저하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둘의 토론 영상을 보지 않고 있었다. '얼마나 못했으면 저 난리일까' 싶은 궁금증에 유튜브에서 외신이 올려둔 해당 영상을 찾아봤다. 이런. 직접 보니 수긍이 갔다. 발언 내용을 떠나 표정이나 목소리, 제스처에서부터 안정감이 떨어졌다. '대통령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지 않아?' 직관적으로 그런 생각이 스쳤다. 기본적으로 일하는 자리에 굳이 나이를 따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쪽임에도 말이다.

영상을 절반쯤 보다 유튜브를 나왔다. 그러고는 하루 종일 '오프라인 상태'였다. 이 책 저 책 뒤적거린 하루였다. 잠자리에 들기 전 남편에게 괜히 한마디 했다. "근데 바이든 말이야, 토론 영상 보니까 정말 논란 살 만하던데? 후보 사퇴할까?" 남편은 웬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냐는 듯 되받았다. "뭔 소리야? 바이든 벌써 사퇴했는데. 오늘 아침부터 나온 뉴스를..." "아니, 언제? 나 아침에 신문 봤는데…" 그러고 보니 그날 아침 내가 본 기사는 전날 뉴스였다. 지구 반대편 미국은 우리가 밤일 때 낮이다. 밤 사이 국제 뉴스가 종이 신문에는 하루 늦게 실린다. 그래도 세상이 주목하는 주요 뉴스를 온종일 모르고 있었다니. 홀로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이었다.

한때 뉴스 생산자였던 나는 이제 순전한 소비자다. 뉴스를 늦게 알아도 별 지장이 없다. 시시때때로 온라인에 접속해 뉴스를 확인하는 일도, 언론사 속보 알림을 수신하지도 않는다. 전직 기자였기에 이렇게 말하는 게 다소 멋쩍긴 하지만, 실시간 뉴스에 집착하는 게 삶에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신의 한정된 에너지를 괜한 곳에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 하는 일과 직결된 뉴스가 아니라면 좀 늦게 알거나 모른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는 여전히 신문이나 잡지 같은 종이 매체를 더 즐기는 편이다. 실시간 뉴스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지난 일들을 일목요연하고 정교하게 펼쳐두는 미덕이 있기 때문이다. 종이에 담긴 뉴스를 읽을 때면 뉴스가 소식 이상의 것, 숙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세상의 흐름과 변화를 조급함 없이 찬찬히 곱씹는 건 세상에 속한 존재에게 유익한 일이다.

19세기 미국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저서 '월든'에서 "신문에서 기억에 남는 기사는 한 줄도 읽은 적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를 '두 번 읽을 필요 없는 가십'에 불과한 걸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월든'은 소로가 고향인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여 동안 홀로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삶에 대한 기록이다. 나는 이 책을 좋아하지만 그가 말한 '뉴스 무용론'에는 썩 동의하지 않는다. 뉴스는 거듭 되풀이해 읽거나 오랫동안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를 세상과 연결해 준다.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는 비로소 타인과도, 먼 곳과도 이어진다. 인간에게는 고독이 필연인 만큼 연결도 중요하다.

미국 대선은 지금 내 일과는 큰 상관이 없다. 관련 뉴스에 대한 관심은 참여보다는 관전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멋진 일 아닌가. 당장 내 일이 아닌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게 말이다. 뉴스 소비자인 나는 꼭 실용적 관점에서 뉴스를 고르진 않는다. 설령 무용할지언정 세상을 두루 알고픈 욕망을 따라간다. 그럴 때 내 세계가 확장된다.

조민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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