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웨이’ ‘대승적 희생’…안세영 작심발언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김세훈 기자 2024. 8. 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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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파리올림픽 단식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안세영이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2024.8.6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KO888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KO

태극마크는 영예인가, 족쇄인가. 마이 웨이를 선언한 것일까, 대승적으로 총대를 멘 것일까.

배드민턴 여자 세계랭킹 1위 안세영(22·삼성생명)의 작심 발언과 대한배드민턴협회 침묵을 둘러싼 화두들이다.

안세영의 작심발언과 이후 벌어진 논란은 단지 배드민턴 한 종목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스포츠와 산업이 기능하도록 하는 인센티브 구조가 과거와는 완전히 바뀌었다. 애국심과 메달의 ‘영광’, ‘명예’에만 만족하도록 강요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안세영이 5일 오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와 경기하고 있다. 2024.8.5 파리=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KCK

■철저한 부상 관리와 개인 트레이너 합류 ‘실패’

안세영은 부상에도 여러 국제대회에 뛰어야 했고 개인 트레이너를 파리에 데려오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협회도 노력했지만 안세영으로서는 부족했다. 안세영 개인 트레이너는 올림픽 직전 협회와 재계약 조건에 합의하지 못했다. 협회는 안세영을 특별대우하지 못한 이유를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으로 꼽는다. 안세영은 단식 선수는 복식과 다르게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숨겨진 운동화 문제

안세영은 지금 신는 운동화가 마음에 안들었다. 신발을 크게 보완하거나 아예 다른 브랜드로 바꾸는 것도 고려했지만 협회가 불허했다.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모든 대표 선수들이 옷, 라켓, 신발을 현재 브랜드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후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안세영이 다른 브랜드를 쓰면 계약 위반이라 협회는 위약금 등을 물어야할 수도 있다. 현재 계약 규모는 연간 현금 20억원, 현물 10억원이다.

5일(현지시간)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안세영이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4.8.5 파리=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KO

■태극마크, 영예인가 족쇄인가

안세영은 평소에는 대표팀 밖에서 활동하다 올림픽 등에 대표로 뛰는 것을 원하는 취지로 말했다. 협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 은퇴선수 중 대한민국 배드민턴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선수에 한해 세계배드민턴연맹 승인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공로에 대한 기준은 ‘국가대표 활동기간을 횟수로 5년 이상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며, 그 연령은 여자 만 27세, 남자 만 28세 이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안세영은 국가대표로 5년 이상 뛰었지만 나이는 22세다. ‘단 국가대표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로 및 연령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여도 대회 참가를 허용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도 있다. 유권해석이 필요한 조항이다.

■개인 트레이너와 대표팀 간 공존, 가능하나 : 최고 선수들은 개인 트레이너, 개인 코치를 쓰는 경향이 짙다. 국제적 트렌드이기도 하다. 고용과 지위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개인 스태프는 선수, 소속사가 고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해당 선수가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기간에는 이들도 대표팀 안에서 활동하면서 권한과 의사결정 등에서는 제한을 받아야 한다. 부상 정도, 출전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대표팀이 가져야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대표팀 내 형평성, 단합이 유지될 수 있다.

■안세영과 협회 사이 접점? : 안세영에게 특별 대우가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안세영에게만 엄청난 자유를 주면 다른 선수들의 불만이 생긴다. 안세영 등 다른 선수들에게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대표팀 외부에서 국가대표 자격으로 나설 국제대회 선정, 개인 후원사 허용 여부, 대표팀 내부 활동 기준 등이 주요 포인트다. 이들이 대표팀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협회의 후원사 수익은 급감할 수 있고 새로운 선수 육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라는 숙제가 생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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