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엔 바다·왼쪽엔 산 끼고 걷는 맛… “덥지만 즐거워”[농촌愛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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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경남 통영시 사량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구슬땀을 연신 훔치며 둘레길을 걷는 20명이 있었다.
바다와 산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사량도 고동산 둘레길의 풍경이다.
이날 기자가 함께한 고동산 둘레길은 통영 섬 중심 여행사 '삼인행'이 진행하는 여행 프로그램의 일부다.
김 씨의 말대로 과연 고동산 둘레길은 바다와 아주 가까워 오른편으로 파도가 치는 절벽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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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경남 통영 사량도 ‘고동산 둘레길 걷기’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20명
대항해수욕장 도착해 ‘물놀이’
배로 통영 10개섬 돌며 플로깅
‘뿔난섬 원정대’ 프로그램 인기
화려한 민간정원 보는 재미도
통영 = 구혁 기자 gugija@munhwa.com
지난달 30일, 경남 통영시 사량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구슬땀을 연신 훔치며 둘레길을 걷는 20명이 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초등학생부터 길가에 핀 엉겅퀴를 반기는 50대까지, 남녀노소 일행은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이들이 걷는 길 오른편으로는 푸른 통영 바다가 넘실대고 있었다. 바다와 산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사량도 고동산 둘레길의 풍경이다.
이날 기자가 함께한 고동산 둘레길은 통영 섬 중심 여행사 ‘삼인행’이 진행하는 여행 프로그램의 일부다. 여행객들은 바닷바람이 은은히 불어오는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뜨거운 날씨에 자칫 온열 질환이 우려될 만도 했지만, 길을 따라 녹음이 우거진 덕에 어린아이들도 큰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이동열 삼인행 대표는 “날씨가 무더워 출발을 30분 미루긴 했지만, 그래도 나무 그늘이 많아 걸을 만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아이들은 부모보다도 훨씬 앞서 걸어 어른들과의 거리가 벌어지기 일쑤였다.
이날 사량도를 찾은 20명의 여행객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단체 여행을 떠나온 ‘개똥이 어린이 예술단’ 어린이와 부모들이었다. 예술단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김은희(55) 씨는 “원래 이 시기에 여름 캠프를 한 번 하는데, 올해는 가족들과 모두 함께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다 같이 오게 됐다”며 “7월엔 공연이 많이 없고 마침 휴가철이라 지난 1월부터 일정을 맞춰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사량도에서 열린 음악회에 참여해 공연한 적이 있는데, 당시 섬에서 했던 경험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며 “별다른 주저 없이 이곳을 휴가 장소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창녕 우포늪 근처에 연습실이 있어 아이들이 한 번씩 걷기도 하고 놀기도 하는데, 이렇게 1시간씩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많지 않았다”며 “특히, 산길을 걸으며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의 말대로 과연 고동산 둘레길은 바다와 아주 가까워 오른편으로 파도가 치는 절벽을 볼 수 있었다. 걸음을 옮기다 다다른 약수터에선 절벽을 타고 올라온 작은 게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아이들이 “와! 꽃게다”라고 소리치자 어른들은 가재라고 지레짐작하다가 실제 게를 보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
대구시에 사는 권영민(12) 양과 이송재(12) 양은 “길 잃은 게를 바다로 돌려보내 주겠다”며 게를 페트병에 담기도 했다. 권 양과 이 양은 “걸어 올라오면서 너무 힘들었지만 길 끝에 바다가 나온다고 하니 빨리 가서 물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금평항 인근에서 시작되는 고동산 둘레길의 다른 쪽 끝은 대항해수욕장으로 이어져, 해수욕장으로 물놀이를 즐기러 가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권 양은 “예전엔 산에 많이 갔는데 오랜만에 오니까 그래도 너무 좋았다”며 즐거워했다.
아이와 함께 섬을 찾은 어머니 정은수(52) 씨는 “날씨가 좀 덥긴 하지만 바다를 보면서 숲길을 걷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 참 좋은 것 같다”며 “조금 덜 더웠으면 훨씬 즐거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회 공연으로 사량도에 왔을 때 그냥 공연만 한 게 아니라 바닷가를 거닐며 쓰레기도 줍고 했는데, 아이들에게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모양”이라며 “워낙 더워서 아이들이 조금씩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량도를 플라스틱이 없는 ‘뿔난섬(Plastic no’n seom)’으로 소개했다. 이 대표가 기획한 여행 프로그램 ‘뿔난섬 원정대’, 개똥이 어린이 예술단이 참여했던 ‘뿔난섬 음악회’도 단순 여행이 아닌 환경보호를 모티브로 했다. 뿔난섬 원정대의 경우 2박 3일간 ‘해상택시’라는 이름의 전용 선박을 타고 통영 지역 10여 개 섬을 도는데, 각 섬을 돌며 풍광을 느끼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돌아보며 ‘플로깅’(쓰레기를 주우며 조깅하는 활동)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숙박과 식사는 섬 주민들이 제공한다. 2박 3일의 일정이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해 1박 2일간 6~7개 섬을 도는 축소형 프로그램 ‘징섬:다리’도 있다. 이 대표는 섬마다 다른 풍경과 이야기들을 섬 주민들에게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 사량도의 경우 상도와 하도로 나뉘고 둘을 잇는 사량대교가 있는데, 상도와 하도를 나누는 바다 폭이 넓지 않고 나룻배로 건널 수 있을 정도여서 섬 주민들은 이를 바다로 여기지 않고 ‘동강’이라고 불러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외에도 통영 지역엔 ‘해솔찬정원’ ‘동백커피식물원’ ‘물빛소리정원’ 등 잘 꾸며진 민간 정원들이 많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통영愛 가려거든’은 이런 특색 있는 민간 정원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잘 꾸며진 정원을 한적하게 거닐며 도시락을 먹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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