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공포에 ‘순한 맛’ 채권 인기… 올 개인 순매수 ‘역대 최고’ 경신할듯

신병남 기자 2024. 8. 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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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예금보다 수익성 높고
금리인하 가능성에 투자자 몰려
증권사들도 다양한 상품 출시
토스증권, 해외채권 중개 시작
키움, 올 거래수수료율 0% 적용
정부는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도
그래픽 = 전승훈 기자

미국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확산에 따른 롤러코스터 증시에 ‘매운맛’을 본 개인투자자 이목이 ‘순한 맛’ 채권에 집중되고 있다.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은행 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성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다. 미국이 9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리는 이른바 ‘빅 컷’(Big cut)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점도 채권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향후 채권 가격이 올라가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올해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한 상황이어서, 올 들어 역대 최대 규모의 ‘개미’(개인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을 확대하고 나섰다.

◇‘채권 개미’ 역대 최대 = 지난달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6월 장외채권 시장동향’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약 3조6000억 원의 장외 채권을 순매수했다. 올해 상반기만 놓고 보면 개인투자자의 장외 채권 순매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0.3% 늘어난 23조1000억 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금투협은 올해 상반기와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직전 최고치는 지난해 37조5620억 원이다.

채권은 가격이 낮을수록 수익(이자)률이 높아지는 구조를 갖는다. 또,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가격은 상승하고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가격은 낮아지는 반비례 관계를 갖고 있다. 요즘처럼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될 때 투자를 하면 나중에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채권을 많이 사들이는 것도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 같으니 채권값이 오르겠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지난 5일 기준 2.50%∼3.37%다. 정부 및 한국은행이 발행한 1년 미만 국고채권과 통화안정채권에 투자하는 삼성증권의 ‘Kodex 단기채권’의 경우 같은 날 수익률이 3.65%로, 은행 예금보다 금리가 최대 1.15%포인트 더 높다. 다만, 채권은 은행 예금처럼 완전히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은 아니다. 채권 발행자가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원금을 손실할 수 있다. 이에 국채보다 위험도가 높은 회사채(보통위험)를 보면 ‘쌍용씨앤이326-1’의 경우 연 4.63%의 수익률을 약속하고 있다.

◇“채권시장, 큰 장 열린다”, 증권사 중개 늘리고 판촉 강화 = 올해 채권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기에 증권사들은 다양한 채권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의 상품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먼저, 토스증권은 지난달 23일 해외채권 중개 서비스를 신규 출시했다. 토스증권 앱을 통해 20∼30개의 미국 국채와 회사채를 거래할 수 있다. 최소투자금액은 액면가 기준 1000달러다. 5일 기준 수익률은 1년 미만 기준 4.34%(엔비디아)∼6.39%(제너럴 모터스 파이낸셜) 수준이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투자 인구가 급증해 채권 시장 또한 급성장하며 해외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기관에서 개인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포착해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SK증권도 지난해부터 해외채권 중개를 선보이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KB증권 등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판매마진을 줄이거나 투자를 독려하는 이벤트로 채권 개미를 이끄는 증권사 판매 마케팅 전략도 이어지고 있다. 키움증권은 직전까지는 거래수수료율을 채권의 잔존 기간에 따라 최소 0%∼최대 0.15%를 부과했지만, 올해 말까지 일괄 0%로 적용한다. 다만,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에 내는 유관기관 수수료율은 0.00519496%로 이전과 같다.

상반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에서 판매 촉진 이벤트를 진행한 가운데, DB금융투자는 오는 9월 말까지 장외채권 매수 시 순매수 금액별 최대 7만 원을 지급하며 디지털 특판채권은 최대 15만 원을 지급한다. 같은 기간 신한투자증권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장외채권 10만 원 이상 매수조건을 충족한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 증정이벤트를 진행한다.

한편, 정부에서도 국민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올해부터 개인투자용 국채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미래에셋증권은 12일부터 3일간 8월 개인투자용 국채 2000억 원 판매를 위한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표면금리(세전)는 10년물 3.185%, 가산금리는 0.22%다. 20년물은 표면금리 3.085%, 가산금리 0.42%다. 지난 6월 첫 판매가 개시된 개인투자용 국채의 누적 청약액은 약 7460억 원으로 집계됐다. 12일 판매가 진행되면 누적 1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구매 가능 금액은 최소 10만 원부터 개인당 연간 1억 원까지로, 만기까지 보유 시 가산금리 및 복리를 적용하고 이자소득 분리과세 혜택도 받는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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