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도 금값 강세… 달러 매력도 떨어진 탓[기고]

2024. 8. 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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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과 2022년은 원자재의 해였다.

인플레이션 위험 부상 속에 원자재 가격은 2021년 40.4%, 2022년 26.0%씩 올라 주식과 채권 투자 성과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기록하고 후퇴하는 가운데 금 가격이 2022년 10월을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금년 상반기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약화되는 구간에서 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배경은 세분화된 금 수요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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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지난 2021년과 2022년은 원자재의 해였다. 인플레이션 위험 부상 속에 원자재 가격은 2021년 40.4%, 2022년 26.0%씩 올라 주식과 채권 투자 성과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원자재별 투자 성과를 살펴보면 전체 원자재지수와 관련성이 높았던 상품은 에너지였다. 금을 포함한 귀금속은 물가 상승 위험이 가장 컸던 2021년과 2022년에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오히려 부진했다.

물가 상승 위험에도 주요국의 급격한 통화정책 정상화가 금리 상승을 야기해 금의 매력을 떨어뜨렸다. 금은 물가 상승 위험을 방어하기에 유용하지만, 보유에 따른 이자 기회 비용이 발생해 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기록하고 후퇴하는 가운데 금 가격이 2022년 10월을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금년 상반기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에도 고물가 속에 높은 금리가 이어지는 속에서 강 달러 등 금 투자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 계속됐다. 그럼에도 금 가격은 강세를 나타냈다. 이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변수 등장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약화되는 구간에서 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배경은 세분화된 금 수요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부문별 금 수요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이후 골드바 및 코인과 중앙은행 매입이 급증했다.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보유 목적을 위해 금을 매입한다. 골드바 등 개인 수요는 주요국의 화폐 발행 급증에 따른 법정화폐 신뢰 훼손과 관련성이 높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인한 화폐 공급 확대가 가치의 저장 기능 훼손 우려를 자극하는 배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M1 통화량’(유동성이 가장 높은 통화)은 코로나19 이전 연평균 9% 늘다가 코로나19 이후 연평균 33% 증가했다.

중앙은행 금 순매입 확대는 세계 분절화 속에 달러 매력도가 약화한 것과 관련이 깊다. 미국과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외교 및 안보 측면에서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튀르키예, 인도, 폴란드를 중심으로 금 매입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 금 매입량 중 80% 넘는 규모가 상위 6개국에 집중돼 있다.

실질금리와 달러화지수 등 기존 잣대로 금 가격을 판단하면 현재는 고평가 구간에 위치한다. 금 가격 상승은 세계 경제 및 금융 질서의 구조적 변화와 관련성이 높다. 미국 등 선진국 중심의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되는 구간에서 세계 교역 분절화 속에 지정학 갈등이 심화되는 추세다. 분절화되는 세계 속에서 미국과 대립하거나 중립을 유지하는 국가 중심으로 금 보유 유인 동기는 확대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완화되고 있으나 물가 안정을 위해 급격히 올린 선진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점도 금 보유 기회비용을 낮춘다.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는 만큼 금의 단기 매력도 제고도 기대된다.

그럼에도 단기 금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최근 금 가격 상승 이면에 투기적 수요 유입이 자리한 까닭이다. 과거에도 단기 투기 수요에 따라 가격 상승 폭이 가팔랐던 경우 1∼2개월가량 가격 부담 해소를 소화하는 기간이 있었던 점을 유념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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