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로 개방 조건’ 재건축 허가했는데 “외부인 금지”…행정조치 세진다

김보미 기자 2024. 8. 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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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위반건축물 등재 등
건축이행강제금 부과하기로
서울 중구 남산 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문재원 기자

단지 내 보행로 등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재건축 혜택을 받아놓고 입주 후 출입을 막는 서울 아파트에 대한 행정조치가 강화된다. 시설 개방 사실을 분양계약서 등에 공식 명기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위반건축물로 등재하고 건축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공동주택 주민공동시설 개방운영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고 7일 밝혔다.

재건축 아파트들은 보행로·카페 등을 지역 주민과 함께 쓰기로 하고 용적률 완화를 받는다. 하지만 입주 후 공공보행로 주변에 담장·펜스를 세워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식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아 갈등을 빚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경우에도 위반건축물로 강제이행금을 부과하는 것 말고는 지자체가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는 점이다. 해당 단지들은 입주민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지만, 용적률 등 혜택만 챙긴 뒤 나 몰라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 초 공공보행통로에 지역권이나 구분 지상권을 등기해 허가 없이 통행 차단하는 행위를 막기로 했다. 하지만 지구단위계획에 해당 내용을 반영해야 해서 이미 준공됐거나 사업계획이 확정된 단지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태다.

현재 서울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운데 주민 공동시설을 개방하기로 한 단지는 총 31곳이다. 이미 입주를 마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원베일리는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개방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는 이번 기준에 건축위원회 심의부터 분양·준공·입주자대표회의 구성 등 단계별로 시설 개방을 분명히 하기로 했다. 특히 특별건축구역 지정 고시문·사업시행인가 조건·분양계약서·건축물대장 등 공식 문서에도 이를 명시한다. 사업 진행 과정마다 주민들에게 시설 개방 사실을 충분히 설명한다.

법적인 근거 마련도 추진한다. 재건축 조합 등 사업 주체가 시설개방 운영을 약속했다면 입주자대표회의도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공동주택관리법에 담는 것이다.

개방은 했으나 외부인에게는 비싼 시설 이용료를 받아 사실상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공동시설 운영권을 자치구에 위탁한다. 자치구가 운영방식과 사용료를 결정해 출입을 막기 위해 인위적인 ‘꼼수’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에도 시설을 개방하지 않으면 강력하게 행정 조치할 방침이다. 건축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고 건축물대장에 해당 아파트 단지를 위반건축물로 올린다. 또 용도변경 등 각종 건축행위에 대한 허가도 제한한다.

모범적으로 시설을 공유하는 단지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식으로 이행을 유도한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실장은 “주민 공동시설 개방을 조건으로 인센티브를 받고, 이를 어기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중대한 잘못”이라며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들이 잇달아 들어설 예정인 만큼 시설 개방이 갈등 없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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