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안 넓어도 괜찮아”…‘최다 4관왕’ 수영 영웅의 비밀 [특파원 리포트]
떡 벌어진 어깨와 근육질 몸매. 남녀 선수 할 것 없이 이른바 '어깨 깡패'들이 등장부터 시선을 모으는 곳, 수영 경기장입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가장 많이 차지한 주인공도 이곳에 있습니다. 바로 22살의 프랑스 수영 선수 레옹 마르샹입니다.
마르샹은 접영 200m를 비롯해 평영 200m, 개인 혼영 200m와 400m에서 모두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 4개를 따내며, 이번 파리 올림픽 최다관왕 자리에 올랐습니다. 마르샹이 개인혼영 200m와 400m에서 갈아치운 올림픽 신기록은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2008 베이징 대회에서 세웠던 기록입니다.
프랑스 수영의 보물이자 영웅으로 불리는 마르샹이 함께 출전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수영 황제' 펠프스까지 넘어설 수 있었던 비밀은 뭘까요? 프랑스 현지 매체들이 분석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 "넓지 않은 어깨와 호리호리한 몸"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우선, 마르샹이 이상적인 신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의 성공의 비밀을 풀어냅니다. 수영 선수는 물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때 물의 저항력으로 인해 느려지기 때문에 이 저항을 줄이는 게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선 가능한 가늘고 길며, 호리호리한 신체가 가장 적합하다고 수학자이자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인 아만딘 아프탈리옹은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합니다. 키가 크고 날씬한 데다 경쟁자들에 비해 어깨와 골반이 너무 넓지 않은, 마르샹의 체구가 물의 저항을 덜 받게 한다는 것이죠.
전 프랑스 수영 챔피언인 소피 카문은 현지 'RMC 스포츠'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마르샹에 대해 "물속에서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자연스럽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물과 친숙한 청년"이라고 평가합니다. 또 체중 대비 힘이 이상적인 수준인, 놀라운 신체적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입니다. 카문은 아울러 시상대에 오른 마르샹을 보고 손과 발이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하는데요. 그는 두 손과 두 발을 물갈퀴에 빗대며, 네 개의 물갈퀴로 수영할 때는 분명히 더 잘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합니다.
■ "오랜 시간 수면 아래에서 버텨"
경쟁자들보다 오랜 시간 물속에서(잠수 상태로) 수영할 수 있는 점도 마르샹의 성공 열쇠 중 하나로 꼽힙니다. 수면에서 팔과 다리를 움직여 물살을 가르는 동작은 선수의 속도를 느리게 합니다. 반면 수면 아래에서(잠수 상태로) 수영하는 게 수면에서보다 나은데, 그 이유는 물 아래에서 파도(물의 출렁임)가 더 적게 생기기 때문이라고 아프탈리옹은 설명합니다. 이 파도로 인해 발생하는 저항력은 물 아래에서보다 수면에서 2.5배 더 크다고 합니다.
수면 아래에서 오랜 시간 수영하는 게 유리하다 보니, 수영협회는 이를 시작점에서 15미터, 방향 전환점에서 15미터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마르샹은 이 기준 안에서 본인이 가능한 한 오랜 시간 잠수 상태로 수영하는 것이죠. 현지 매체 'RMC 스포츠'는 400m 혼영에서 마르샹과 다른 선수들의 차이점으로 바로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400m에서 모두 8차례 있는 시작점과 전환점 15미터를 최대한 활용해, 1분 이상 물속에서 최고 속도로 수영했다는 것입니다.
이게 가능해지려면 숨을 쉬지 않고 최대한 오래 견딜 수 있어야겠죠.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혐기성(산소 공급 없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이라 하는데, 대표적인 혐기성 운동으로 꼽히는 수영에서 혐기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마르샹은 이 부분에서 높은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수면 아래에서 숨을 쉬지 않고도 가능한 한 오래, 또 강력하게 움직일 수 있고, 수면으로 올라와 수영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조절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돌고래처럼 유연하게"
마지막 비법은 수면 아래에서 마르샹이 경쟁자들과 다른 형태의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를 '르 몽드'는 '돌고래처럼 일렁인다'고 표현합니다. 더 유연하게, 더 곡선 형태를 만들며 수영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이 수면 아래에서 수영을 더욱 효과적이게 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물속에서 움직일 때는 앞서 언급했듯이 파도가 만들어지는데요. 수면 아래에서 돌고래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면, 자신이 만들어낸 파도를 본인에게 보내는 것이 가능해지고, 이럴 경우 오히려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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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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