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모시자' 모금까지 했던 이곳…'소청 0명' 탈출, 진료받는다

최성국 기자 2024. 8. 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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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영암군 발로 뛴 노력 결실…의사도 '공감'
'오픈런도 꿈' 소아청소년과 없던 2곳…8월부터 의사 온다
아이가 독감 예방 접종을 받고 있다. 뉴스1 ⓒ News1

(곡성·영암=뉴스1) 최성국 기자 = "무의촌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아이들의 건강만은 지켜보자'는 지자체의 간절함과 이를 외면하지 않은 국민들의 십시일반 동참에 전남 영암군과 곡성군이 '소아청소년과 의사 0명 지역'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7일 전남 곡성군에 따르면 이달 27일부터 전남 곡성군 옥과면 보건진료소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의사선생님'이 온다. 상시 진료가 아닌 매주 화요일·금요일 오전 주2회 진료이지만 이마저도 감지덕지다.

곡성군에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언제부터 없었는지 지자체도 모를 정도로 전문의 공백이 오래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곡성에 거주하는 0세~15세 아이 약 1800명은 단순 감기에 걸리더라도 갈 병원이 없다. 남들은 '병원 오픈런'을 한다지만 이곳 부모들은 가장 가까운 소아청소년과를 찾아 광주와 전남 순천, 전북 순창 등으로 왕복 2시간을 오가야 했다.

곡성군의 무의촌 탈출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역할을 했다.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라는 이색 지정기부 사업을 구상해 올해 1월부터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거주하는 지자체를 제외한 지자체에 기부하고 답례품과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제도다. 그 결과 지난 5월까지 8000만 원의 기부금이 모였고 이 기부금으로 의료진 경비 마련, 소아과 진료실 조성·의료 장비 구입 등을 할 수 있었다.

진료실은 어떻게든 만들었지만 전문의 모시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곡성군 공무원들은 도시의 소아과 전문병원을 찾아다니며 취지를 설명한 끝에 광주에 위치한 첨단메디케어의원 양헌영 원장으로부터 '제가 하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양 원장은 평소엔 광주 병원에서 아이들을 진료하고 자신이 쉬는 날인 화요일, 금요일엔 곡성을 찾아 진료를 이어갈 예정이다. 양 원장은 곡성군에 '최대한 할 수 있을 때까지 돕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양 원장의 희생정신에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볼 수 있게 된 곡성군은 이제 '전문의 상주 체제'에 도전하고 있다.

곡성군은 지난달 25일부터 '소아과 시즌 2'라는 이름으로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를 받고 있다. 올해 12월 31일까지의 목표액은 2억 5000만 원이다. 군은 후원금이 모아지면 상주 전문의를 채용해 아이들이 요일 구분 없이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해당 기부엔 이달 6일 기준 18명이 참여해 258만 원의 기금이 모였다.

곡성군 관계자는 "안정적인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위해 상주 전문의 채용을 시도하고 있지만 의료대란이다 보니 의사를 찾기도, 만나기도 어렵다"며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일념으로 기금 모금이 성공한다는 전제 하에 관계 부서와 협의, 전문의 구인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 어린이들이 아플 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도 전국 최초 고향사랑기금으로 소아청소년과를 신설하는데 성공했다.

신규 채용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명과 간호사 1명은 임상경험이 풍부하다. 이들은 이달 19일부터 영암군보건소와 삼호보건지소에서 진료에 들어가 영암 소아청소년의 마을 주치의 역할을 담당하고 영·유아 건강검진도 펼친다.

영암군도 0세에서 18세 사이의 소아청소년 6023명이 거주하는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병원이 없어 광주와 목포까지 '치료 출장'을 다녔다.

'고향사랑기부제'에서 해법을 찾은 영암군은 지난해 모인 고향사랑 기금 12억 3000만 원 상당 중 일부로 소아청소년과 신설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영암군 보건소장 등 공무원들은 지역에 근무할 의사를 찾아 전국을 헤매고 다닌 끝에 공감대가 있던 의료진을 찾을 수 있었다.

영암군은 내년에도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조만간 지정기부 형식의 2025년도 소아청소년과 기금 조성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오는 2027년 영암에 개원 예정인 공공산후조리원에서 산모와 신생아의 안전을 지킬 필수 의료기기 구입을 위한 '영암 맘 안심 프로젝트' 지정기부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차 모금엔 1억 7000만 원의 국민 기부가 모였다. 지난 6월 시작된 추가 모금엔 현재까지 97명이 동참, 18.2%의 모금률을 보이고 있다.

영암군 관계자는 "지역 어린이들과 부모들을 위해 소아청소년과 신설이 너무나 절실했다. 영암에 오셔 준 의료진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보건소는 진료비가 1200~1300원으로 일반 병원보다 저렴하지만 이런 장점을 떠나 아픈 아이들이 가까운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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