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룬 7월…"열대야 일수 역대 가장 많아"
한반도에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올해 7월 열대야일수가 역대 1위를 기록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7월 전국 평균 최저기온은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7일 이같은 결과를 담은 '2024년 7월 기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전국 평균 최저기온은 23.3℃로 평년보다 2.1℃ 높았다. 1973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1위는 23.4℃인 1994년, 3위는 23.0℃를 기록한 2017년이다.
7월 열대야일수는 8.8일로 관측 사상 가장 많았다. 열대야일수는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인 날을 계산한 수치다. 평년(2.8일)보다 약 3배 가량 많이 발생했다.
강릉, 포항 등 일부 지역에서는 7월 한 달의 절반이 열대야가 발생할 정도였다. 7월 열대야일수는 서울 13일, 강릉 17일, 포항 17일, 정읍 17일을 기록했다. 7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4.3일로 평년(4.1일)과 비슷했다. 폭염일은 일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을 말한다.
비가 잦았으나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하며 한반도 부근으로 덥고 습한 남서풍이 평년보다 자주 불어 밤에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높았다.
특히 7월 상순과 중순 흐리고 비가 자주 내리며 낮 기온이 크게 오르지 못했으나 밤사이 수증기를 다량 함유한 고온의 공기가 남서풍을 타고 유입됐고 수증기로 인해 밤 동안 기온이 떨어지지 않았다. 7월 25일 이후에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가 우리나라를 덮으면서 강한 햇볕이 더해져 기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7월 27~31일에는 약 12km 상공의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부근으로 확장하며 상공에는 고기압성 순환 중심에서 강한 하강기류가 더해져 기온을 더욱 높이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발생한 곳이 많았다. 이로 인해 7월 일최저기온 상위 극값 1위를 기록한 지점도 있었다. 7월 31일 강릉이 30.4℃, 7월 29일 속초가 30.3℃, 7월 27일 밀양이 28.1℃ 등 총 15개 지점이 극값 1위를 경신했다.
7월 전국 강수량은 383.6mm로 평년 수치인 245.9~308.2mm보다 많았다. 역대 순위는 10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한반도 북쪽에서 차고 건조한 기압골이 자주 통과하며 북태평양고기압과 이 기압골 사이에 놓인 정체전선과 저기압이 발달하여 강수가 잦고 많았다"고 분석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며 정체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락내리락함에 따라 지역별로 강수 집중 시기에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7월 7~10일에는 전북, 충청, 경북 지역, 7월 16일에는 남해안, 17~18일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다. 7월 25~28일에는 대만에서 중국 남부지방으로 북서진하는 제3호 태풍 ‘개미’와 북태평양고기압 사이로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되며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7월 장마전선으로 불리는 '정체전선'이 많은 비를 뿌린 이유로 열대 서태평양의 대류 활동과 북극의 적은 해빙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극 랍테프해 해빙이 평년보다 빠르게 감소해 시베리아 부근 상층에서 고기압성 순환이 발달했고 그 남쪽인 중국 북부지역과 한반도 주변으로 유도된 차고 건조한 기압골은 중국 중부지방에서 접근하는 저기압과 한반도 주변 정체전선의 발달을 도운 것이다. 올해 7월 북극 랍테프해 해빙면적 순위는 역대 3번째로 낮았다.
또 열대 서태평양에서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가운데 대류가 활발했고 상승한 공기가 대만 부근의 아열대 지역으로 하강하며 북태평양고기압은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하면서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다량의 수증기가 정체전선상으로 유입됐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지난 7월 전 지구 일평균기온이 이틀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라면서 “7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여름 폭염과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집중호우에 대비해 기상청에서는 이상기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국민의 시각에서 가치 있는 기후분석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