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 SM그룹 5남매 중 막내 32살 후계자 우기원
오너 우오현, 2014년 사실상 후계자 낙점
父子, 해운 SM상선·대한상선 이사회 멤버
올 1월엔 알짜 SM하이플러스 대표 앉혀
10년 전(前)인 2014년 6월, 전(全)방위적으로 계열사들을 동원해 부실기업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던 SM에 낯선 그룹사 하나가 편입됐다. 한데, 계열 출자로 엮이지 않고 덩그러니 동떨어져 있었다. ‘㈜라도(RADO)’다.
실체에 대한 물음표는 3년 뒤 느낌표로 바뀌었다. 2017년 6월 창업주 우오현(71) 회장은 1남4녀 중 외아들을 대표로 앉혔다. 우기원(32)씨다. ㈜라도의 출현과 뒤이은 사주(社主)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당시 우 회장이 막내를 후계자로 낙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남 31살에 대한해운 사장…힘 실어주는 우오현
이제 30살을 갓 넘긴 나이지만 우기원씨는 자타공인 SM의 ‘후계 0순위’다. 정황 증거는 차고 넘친다. 우선 경영 입지가 말해준다. 우 회장이 장남을 25살에 그룹에 데뷔시킨 뒤 짧고 굵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데 기인한다. 작년 말 31살 때 이미 사장을 달았다. 계열 이사진에서 장남의 위상도 좋은 예다.
SM은 국내 계열사가 58개사(3월 말 기준)다. SM은 우 창업주는 물론 슬하의 5남매 모두가 대표, 이사, 감사직을 가지고 계열사 곳곳에 등기임원으로 포진하고 있는 재벌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우 회장은 대표를 맡고 있는 곳은 없지만 건설사 ㈜우방·경남기업·동아건설산업, 해운 3대 주력사 SM상선·대한해운·대한상선 등 양대 주력부문 핵심 계열사를 비롯해 SM하이플러스 등 12개사의 사내이사다. 죄다 이사진 명단에서 네 딸들은 찾아볼 수 없다.
반면 부자(父子)가 함께 있는 곳이 적지 않다. SM상선과 대한상선이다. 작년 3월 합류시켰다. 우 회장이 해운 분야에서 아들의 커리어를 쌓는데 공들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장남이 대한해운에 적을 뒀던 이력과 무관치 않다. 2022년 11월 부사장으로 입사한 뒤 작년 말에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올해 3월까지 SM그룹 해운부문장으로 활동했다.
또 있다. 올해 1월에는 SM하이플러스 대표에 앉혔다. 고속도로 선불 하이패스 1위 업체다. 총자산 1조650억원(2023년 별도), 매출 2620억원에 영업이익으로 2019년 이후 적게는 297억원, 많게는 1140억원을 벌어들인 비주력 부문의 알짜 계열사다. 잉여금이 4560억원이나 된다.
후계자로서 우 대표의 입지는 우 창업주가 강력한 오너십의 지렛대로 삼고 있는 지배구조의 핵심 3개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믿을맨’들에게 경영을 맡기고 있는 곳이다.
㈜삼라는 조유선(45) 대표 체제다. 측근 임원 중 한 명이다. 삼라마이다스 또한 그룹 비서실장인 임희창(51) 대표가 맡고 있다. SM스틸은 인척 3촌인 최승석(64) 부회장이 총괄하고 있다. 이 중 우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가지고 있는 곳은 ㈜삼라 뿐이다.
2019년 말 장남을 삼라마이다스 이사회에 전진 배치시킨 것도 한 이유다. SM그룹 전략사업본부장(전무) 직책을 주고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입문시킬 무렵이다. 즉, 당시 우 회장과 사실혼 배우자인 고(故) 김혜란(1961~2023)씨가 동시에 우기원․우건희(33) 남매에게 삼라마이다스 이사직을 물려줬다.
현재 지주사격 3개사 이사진 가운데 2세는 삼라마이다스에 등재된 둘째부인 슬하의 두 자녀가 유일하다. 우 대표는 이를 포함해 현재 7개사의 사내 등기임원과 울산방송 1곳의 비상무이사직을 가지고 있다.
본처 슬하 세 딸보다 둘째사위 중용
SM 2세들의 경영 입지는 본처와 사실혼 배우자 자녀 간에 뚜렷하게 대비된다고도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첫째부인 심동임씨 슬하의 딸 셋은 장남보다도 훨씬 먼저 경영에 입문했지만 존재감이 떨어진다.
맏딸 우연아(47)씨는 미국 뉴욕시립대 출신이다. 5남매 중 가장 먼저 가업에 발을 들였다. 2011년 SM하이플러스 감사를 지낸 뒤 2013년 11월 대한해운 계열 편입 직후 경영총괄 부사장으로 취임해 2019년 말까지 활동했다. 반면 현재 계열사 대표직은 삼라농원 1곳이다. 채소, 화훼작물 및 종묘 재배업체다. 장남의 SM하이플러스에 비할 바 못된다.
차녀 우지영(46)씨와 3녀 우명아(43)씨도 마찬가지다. 2013년 11월 각각 산본역사㈜(현 SM중공업)와 SM하이플러스 감사로 등장한 이래 태초이앤씨, 신화디앤디 대표직을 가지고 있다. 둘 다 개인회사다.
이외에는 세 자매가 지분 75.98% 대주주로 있는 곳이자 장녀와 3녀가 사내 등기임원으로 있는 건설사 삼환기업을 빼고는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계열사가 전혀 없다. 나머지는 모두 3개사, 6개사, 8개사의 감사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 회장은 외려 딸 보다는 사위를 더 중용하고 있다. 박흥준(46) SM그룹 정도경영본부장이다. 우지영씨의 남편이다. 연세대 토목공학과 출신으로 포스코엔지니어링 감사실을 거쳐 우방산업 경영지원본부장으로 SM에 발을 들였다.
박 본부장은 한통엔지니어링 대표를 겸하고 있다. 전기통신공사사업을 했던 곳으로 2007년 6월 계열 편입 이후 우 회장의 100% 개인회사가 됐지만 매출이 전혀 없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하지만 둘째사위의 존재감은 한통ENG만으로 재단할 수 없다.
우 회장은 계열 지주사격이자 자신이 이사회 멤버로 있는 ㈜삼라에 2022년 말 박 대표를 합류시켰다. 작년 2월에는 SM스틸의 자리를 내줬다. 이밖에 STX건설 등을 포함해 총 14개사의 이사회 멤버다. (▶ [거버넌스워치] SM ③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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