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인데 배터리 정보 좀 알려 주세요"···화재 사고에 목소리 높이는 전기차주 [biz-플러스]
차종별 배터리 정보 공식 질의
벤츠가 지분 보유한 파라시스
이번 사고차량 제품탑재 확인
EQ 1000대 이상 장착 가능성
3년 전에도 대규모 리콜 사태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공포증(포비아)이 번지고 있다. 이번 화재 차량에 삼원계 배터리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의 배터리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국산 배터리의 고질적인 안전성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벤츠 전기차 소유주들도 최근 발생한 화재 사고 이후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 등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탓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7일 완성차 업계 등에 따르면 벤츠 전기차 브랜드인 ‘EQ 시리즈’ 차량 소유주로 구성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벤츠를 상대로 배터리 정보 공개를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1일 발생한 화재 사고의 발화점인 벤츠 EQE 차량에 탑재한 배터리의 제조사가 당초 중국 닝더스다이(CATL)로 알려진 것과 달리 파라시스에너지로 확인되면서 이러한 요구는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벤츠 EQ 시리즈 차량을 소유한 A 씨는 게시글을 통해 “벤츠 전기차 소유자로서 최소한 본인 차에 탑재한 배터리 정보는 알고 있는 게 맞다”며 “사고 원인이 배터리셀의 문제이고 자신의 차량이 같은 배터리 제조사라면 집단으로 벤츠코리아에 배터리 교체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벤츠코리아 측에 EQ 차종별·생산일자별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 등에 대한 정보를 공식적으로 질의하고 차주들에게 공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안전과 차량 성능 측면에서 핵심 부품에 해당하지만 배터리 제조사 등 정보를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벤츠코리아 측은 배터리뿐만 아니라 모든 부품의 납품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지만 사고 예방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손영욱 한국자동차연구원 대경지역본부장은 “전기차 배터리셀 간의 전압, 전류 값만 활용해도 전기차 화재 징조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며 “배터리 정보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전기차 제조사들이 정보 공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모든 부품의 납품처에 대한 정보를 밝히지 않는 게 회사의 정책"이라며 “세부적인 정보를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 사고로 NCM(니켈·코발트·망간) 기반의 중국산 삼원계 배터리도 품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멀쩡히 주차된 차량에서 불이 난 것도 충격인데 가격이 1억 원이 넘는 럭셔리 전기 세단에 삼원계 배터리 업력이 짧은 중국산 배터리가 쓰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품질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다.
EQE 350+의 한 차주는 “차량을 구매할 때 국내산 배터리가 아닌 게 아쉬웠지만 CATL이 워낙 큰 배터리 회사여서 구매했다”며 “파라시스 배터리인 줄 알았으면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차주도 “공식적인 조사는 나와봐야겠지만 항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화재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는 2009년 설립된 중국의 파라시스가 만든 NCM 배터리다. 파라시스는 벤츠와는 지분 관계로도 엮여 있다. 2018년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는 파라시스와 10년간 NCM 배터리 주문 계약을 맺은 데 이어 2020년에 9억 위안을 투자해 지분 3%를 인수했다. 파라시스는 지난해 매출 23억 2000만달러(약 3조 1890억원), 배터리 출하량 15기가와트시(GWh)로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가 극심한 올해에도 5월까지 2.6GWh를 출하하며 세계 8위까지 올랐다.
문제는 품질이다. 파라시스의 NCM 배터리는 중국에서 화재 위험으로 리콜을 실시한 전력이 있다. 2021년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은 파라시스의 NCM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특정 환경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3만 1963대를 리콜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당시 벤츠가 잘 알려지지 않은 파라시스와 손을 잡은 것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며 “중국의 또 다른 배터리 협력사인 CATL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잦은 품질 결함 이슈에도 파라시스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고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가 중국의 주력 제품이 아닌 NCM 배터리라는 점에 주목한다. 파라시스의 NCM 811 배터리는 니켈 비중이 80%로 높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지만 안전성이 낮아질 수 있다. 화재 등 안전성을 관리하는 것이 기술력의 주된 요소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그동안 이 분야를 집중 개발해 왔다. 리튬과 인산철로 양극재를 구성하는 LPF 배터리는 중국이 장악하고 있지만 삼원계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NCM 배터리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1위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도 2022년 중반부터 삼원계 배터리를 추가했다. 차량 화재나 출력 저하와 같은 배터리 결함 이슈가 주로 중국산 NCM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사들은 10여 년 전부터 삼원계 배터리의 수율 개선과 연구개발에 수십조 원을 써왔다”면서 “이번 화재 사고의 원인이 배터리 결함으로 결론 난다면 NCM 배터리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들의 품질 이슈와 안전성 이슈가 재점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 사고가 발생한 벤츠의 EQE 350+ 모델은 2022년 국내에 출시된 후 올해 5월 말까지 총 2265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벤츠코리아 측은 아직까지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의 비중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EQE 350+ 모델 외에 다른 EQ 전기차 시리즈에도 파라시스 제품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팔린 벤츠 전기차의 30~40% 정도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단순 계산으로 최소 1000대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아직은 화재에 대한 근본 원인이 이제 밝혀지지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계획이 있다고 말씀드릴 시점이 아니다”며 “현재로선 화재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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