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아버지, 우리 아버지

2024. 8.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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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은 아홉 번째 맞는 아버지의 기일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큰바위얼굴 같으셨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약관의 나이에 교직에 입문하셨던 아버지는 대학에 진학하셨다가 6·25 사변이 발발해 휴교령이 내리자 미군의 통역병으로 참전하셨다.

내 살아생전엔 아버지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기일이 다가올수록 죄스런 마음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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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걸 작가.

8월 8일은 아홉 번째 맞는 아버지의 기일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움이 점점 엷어지는 게 세상의 이치인데 웬일인지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커져만 간다. 아버지 생전에는 별스럽지 않았던 일들이었는데 종손의 자리를 이어받으니 그 별스럽지 않았던 일들이 모두 별스런 일로 다가온다. 집안의 대소사는 물론이고 종사(宗事)에 이르기까지 마음 쓰고 챙겨야 할 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큰바위얼굴 같으셨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나는 이렇게 했는데 아버지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약관의 나이에 교직에 입문하셨던 아버지는 대학에 진학하셨다가 6·25 사변이 발발해 휴교령이 내리자 미군의 통역병으로 참전하셨다. 그 와중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셔 복학을 못하시고 대신 복직을 하셨다. 평생을 과학선생님으로 한 길을 걸으시며 교과서와 교사용지도서를 집필하셨고, 퇴직 후에도 국립 중앙과학관에서 봉사를 하셨다. 신앙인으로서도 모범을 보이셔 천주교 대전교구 제1회 가톨릭대상 선교 부문을 수상하셨고, 모 수도원의 재속회원으로 세상의 성화를 위해 봉헌하는 삶을 사셨다. 그 당시 몇 군데의 지방신문과 중앙신문 그리고 KBS에서 '은발의 호기심 해결사', '아름다운 실버'등의 특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필자는 첫 발령을 받았을 때 1등 교사는 못되더라도 아버지께 누가 되는 교사는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 다짐은 학교생활에서 운신의 폭을 좁혀주기도 했지만, 촉매제의 역할도 해줘 교직적 성장에 도움을 줬다.

해마다 기일이 다가오면 속죄하는 마음으로 벌초를 한다. 길게 자란 풀들이 잘라져 나갈 때마다 불효했던 마음도 비례적으로 탕감되는 것 같아서다. 이 세상 모든 부모는 자식들이 당신들보다 더 잘되기를 바라신다. 내 살아생전엔 아버지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기일이 다가올수록 죄스런 마음이 커진다. 그 회한의 마음을 탕감하기 위해서 오늘도 예초기를 돌린다. 류인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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