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영시축제'로 문화·예술·관광 무대에서 금메달을
프랑스 파리에서 하계 올림픽 대회가 한창이다. 지난주에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보여준 선전으로 국민들이 여러 차례 행복한 순간을 맞았다. 특히 펜싱에서 대전의 아들 오상욱 선수가 올림픽 단체전 3연패와 펜싱 사상 첫 2관왕을 달성한 것은 대전 시민들에게 즐겁고 자랑스런 일이었다. 오상욱 선수가 경기 중에 뒤로 넘어진 상대 선수에게 손을 내밀어 잡아 일으켜준 것은 페어플레이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인상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이번 주에는 대전에서 '영시축제'가 시작된다. 대전 원도심 일대가 열흘 동안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꾸며지고,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대전의 과거·현재·미래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 일류 도시를 지향하는 대전시는 영시축제를 한국인들의 축제를 넘어 세계인들이 와서 보고 즐기는 글로벌 축제로 만들고자 한다. 이에 따라 올해는 대전시와 자매·우호 관계를 맺은 일본, 중국, 베트남, 헝가리 등의 주요 도시로부터 160여 명의 대표단과 공연단이 와서 함께 축제를 즐길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에 상주하는 이탈리아, 프랑스, 에스토니아, 아제르바이잔, 알제리, 라오스 등 여러 국가의 대사를 포함한 외교관들도 와서 대전의 역사와 과학기술, 문화를 접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말까지 남태평양에 있는 피지에서 근무했다. 국제적인 휴양지로 널리 알려져 우리 국민들도 과거에 신혼여행지로 많이 갔던 곳이다. 인구 1백만도 안 되는 작은 섬나라로서 천연자원도 별로 없고 농업이나 제조업도 변변찮은 상황이었지만, 피지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다채로운 해양 생태계를 바탕으로 1970년대 이후 관광산업을 집중적으로 개발했다. 과거 영국 식민지 시대를 겪으면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게 됐고 주민들의 순박함과 친절함이 잘 알려져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고, 이를 통한 관광 수입으로 국가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피지는 이제 남태평양의 섬나라들 가운데 교통과 관광의 허브로 자리 잡았고,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활용해 미국, 영국, 중국, 일본, 호주 등 주요 국가들과도 원만한 외교관계를 유지하면서 해외 관광객 유입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피지의 사례는 인구 감소 시대에서 대전이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문화·예술과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함을 시사한다.
유럽의 주요 관광도시인 벨기에 브뤼셀에 가면 유명한 오줌싸개 동상을 꼭 찾아보게 된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면 높이 60센티미터 남짓한 조그만 소년 동상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혹자는 세계 3대 허무 관광지 중 하나라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00년대 세워진 이 동상에 얽힌 수백 년 된 재미있는 일화들을 들어보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에서 보내진 수백 벌의 다양한 의상을 번갈아 입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보기 위해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브뤼셀을 방문하고, 이 동상이 현지 관광업의 주요 소득원이 돼 왔다.
올해 초 대전 부임에 앞서 필자가 인터넷을 통해 접한 대전의 모습 중에는 대덕 특구와 미래 첨단산업의 허브라는 이미지가 많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보고 즐길 것이 별로 없는 '노잼' 도시라는 것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난 6개월간 대전에 살면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명소 등 재미있는 볼거리와 맛있는 음식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아가 글로벌 '꿀잼' 도시로 거듭날 가능성을 가진 도시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외교관으로 세계 각지를 다녀보면 어디든지 고유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예술이 있고, 흥미 있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문제는 그것들을 어떻게 잘 발굴해서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붙이고 효과적으로 전 세계에 알릴 것인가이다. 지난해에 부활한 영시축제가 올해와 내년 그리고 앞으로 개최를 거듭하면서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여주면서, 대전이 세계 문화·예술·관광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규 대전시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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