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창의성에 관한 소고
인간이 동물과 다른 본질적인 특성 중 하나로 우리는 창의성을 이야기하곤 한다. 창의성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의식과 지능이 화학작용의 산물로 만들어지는 물리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우리가 영혼이라 통칭하는 탈 과학적인 영역에 속하는 지에 대한 규명이 요원한 상태에서, 우리는 동물이 의식과 지능을 가지고 그들만의 창의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인간의 문명이라는 결정적인 물증이 있으며 이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흔적을 남겨왔다.
인류의 문명은 점진적인 개선과 창의적인 혁신으로 발전해 왔다. 창의적 혁신을 통해 인간 생활의 급진적인 개선을 만들어 낸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 왔으며, 역사는 이러한 변화의 주역들을 칭송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창의적인 혁신은 한순간의 번뜩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각자 처한 상황 속에서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누적됨으로 가능했다. 창의적인 과정은 종종 다양한 문제와 도전에 직면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노력은 종종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지며, 작은 개선들이 누적돼 비로소 큰 혁신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예술, 과학, 사회적 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난다.
토마스 에디슨의 발명과 혁신은 산업혁명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었으며, 현대 산업사회의 기초를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유명한 발언은 혁신을 위한 점진적이고 꾸준한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에디슨의 사례는 창의성이 단순히 천재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실패를 통한 학습 과정에서 발현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파블로 피카소는 마치 해성과 같이 나타난 입체파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린시절부터 전통적인 미술 기법에 대해 철저한 반복 학습을 했으며, 당대의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업을 모방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통해 그는 기존의 화풍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게 됐다.
현재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엔비디아는 컴퓨터 및 콘솔용 그래픽 카드(GPU)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인공지능 및 기계학습 분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래픽 카드는 4k 모니터 기준 총 830만 개의 픽셀에 적절한 색상 값을 송출하는 역할을 하는데, 소위 말하는 가볍지만 빈도수가 잦은 계산을 반복적으로 병렬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는 보다 무거운 연산을 간헐적으로 순차 처리해야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대조된다. 최근 대두되는 인공지능은 무수히 많은 가벼운 계산을 병렬로 처리해야 하기에, GPU가 CPU보다 적합한 선택이라 여겨진다. 그래픽 카드를 만들어오고 그렇게 많이 알려졌던 엔비디아는 GPU의 새로운 쓰임새가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유례 없는 성공신화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 우연의 결과이기 보다, 병렬처리 GPU의 가능성 및 새로운 용도를 직감하고 병렬처리 컴퓨팅을 활용하기 위한 플랫폼(CUDA)를 벌써 18년 전인 2006년 발표하는 등 병렬컴퓨팅에 오랜 시간 투자해온 결과임을 알아야 한다.
갑작스런 유명세를 타게 된 인물을 우리는 해성과 같이 나타났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우리는 해성이 어두운 우주공간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오고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개선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축적되고 이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소위 말하는 창의적인 무엇인가가 돼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할 수 있다. 변화무쌍한 현대사회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통한 혁신이 꾸준함의 미덕을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할 지라도, 우리는 번뜩이는 혁신은 결코 무에서 창조된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창의성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어떻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창의성은 한순간의 영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에서 발현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게 된다.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나 훈련을 하는 것 보다는, 창의성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을 이루는 길이 아닐까?
성우제 충남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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