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없이 변화 자유로운 컨테이너… 젊음을 닮았다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임시·가변·실험적 인상 주는 소재
컨테이너로 만든 10~20대 타깃 몰
200여개 상자 국내 최대 가건물
언제든 철거 쉽게 팝업 형태 운영
업체, 리스크 줄이려 유연한 선택
‘팝업 성지’ 성수동과 함께 핫플 부상
건축물은 한번 지어지면 바뀌기 어렵다. 개·수선을 통해 다른 용도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처음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기란 쉽지 않다. 또 다른 특징은 건축물이 들어서는 땅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용도지역이나 용도지구와 같이 땅에 적용된 도시계획 지침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건축물이 땅의 형태와 주변 맥락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건축물은 땅에 고정돼 있고 한번 지어지면 영구적이며 지속적이다.
건축물을 통해 임시적이고 가변적이며 그래서 실험적인 인상을 전달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주목받는 방안으로 ‘컨테이너’가 있다. 최근 컨테이너로 지어진 건물들의 건립 목적을 보면 스타트업 지원을 통한 창의적인 산업 육성 그리고 이를 위해 유연하게 쓰일 수 있는 공간 조성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연상의 과정은 실제적이거나 기능적이기보다는 은유적이고 상징적이다.
컨테이너를 이용한 건물 중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건축물은 건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커먼그라운드다. 서울에 200개가 넘는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야적장 같은 커먼그라운드의 모습은 확실히 낯설다. 하지만 주변에 남아 있는 소규모 공장과 자동차 정비소 그리고 바로 옆을 지나가는 고가 철도까지 함께 보면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컨테이너의 유동적이고 바뀔 수 있는 속성은 코오롱FnC가 커먼그라운드의 타깃으로 설정한 10∼20대의 성향을 대변한다. 당시만 해도 쇼핑몰 사업을 주도했던 백화점 3사는 구매력이 떨어지는 10∼20대를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오롱FnC는 주변 건대 상권과 당시 급부상하고 있었던 성수동 상권을 감안하고 무엇보다 5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롯데백화점과의 정면 대결을 피해야 했다. 그래서 커먼그라운드의 콘셉트를 “10∼20대를 위한 광장이자 시장”으로 설정했다.
10∼20대의 상징은 ‘젊음’이다. 젊음은 항상성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추구한다. 불안해 보이기도 하지만 무언가에 대한 고정관념이 다른 나이대에 비해 덜하다. 그들에게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쇼핑몰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마감재로 덧씌운 기존 백화점보다 덜 부담스럽다. 심지어 커먼그라운드에는 묵직한 현관문이 없다. 그래서 주변 길을 배회하다 굳이 쇼핑을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들고 나갈 수 있다.
컨테이너 건물의 확실한 장점은 빠른 시공과 철거다. 이는 임시성이라기보다는 일회성에 가깝다. 왜냐하면 임시성은 필요에 따라 변하는 가변성을 바탕으로 하지만 일회성은 쉬운 폐기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일회성을 주목하고 지어진 컨테이너 건물은 그 필요가 다했을 때 다시 쓰이기보다는 철거된다. 커먼그라운드도 같은 규모의 일반 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공사비는 30% 적게 들었고 공사 기간도 짧았다.
현재 커먼그라운드는 팝업 스토어의 성지인 성수동과 ‘임시변통(Adhocism)’이라는 속성을 공유하고 있다. 커먼그라운드와 성수동은 건축물과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바뀌고 있다. 내일 커먼그라운드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방승환 도시건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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