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올림픽 첫 공식 후원한 LVMH… 사샤 로월드 CMO “마케팅 목적은 브랜드 가치 계승”

민영빈 기자 2024. 8.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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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LVMH의 獨 버켄스탁 인수로 합류
상임 고문 겸해 LVMH 조언자 역할
“파리 올림픽서 현대와 전통의 공존 추구”
“한국은 일종의 디자이너 학교”
“세계적인 K팝 영향도 무시 못 해“
“브랜드 혁신의 열쇠는 기술 발전”
“웹3.0 통한 잠재력이 핵심”
명품 브랜드의 가치는 고객의 충성도와 직결된다. 이때 고객은 단순히 동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만 뜻하는 게 아니다. 미래 세대가 브랜드 가치를 즐기고 누리면서, 그 특유의 정신을 유산처럼 보존하고 계승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브랜드 마케터의 존재 이유다.
사샤 로월드 LVMH 임시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사샤 로월드(47)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임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지난달 12일 조선비즈와 만나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가 추구하는 마케팅 정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로월드 CMO는 LVMH 상임 고문(Excutive Advisor)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의대에서 학위를 받은 그는 사업·마케팅에 흥미를 느껴 ‘비즈니스 맨’의 길을 걷고 있다. 로월드 CMO와 LVMH의 인연은 2021년 시작됐다. 그가 최고경영자(CEO) 직책을 맡았던 독일 샌들회사 버켄스탁이 LVMH에 인수되면서 자연스레 LVMH에 합류했다.

LVMH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품 그룹으로 루이비통, 디올, 벨루티, 티파니 등을 아우른다. 올해 LVMH는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을 공식 후원했다. 이에 대해 로월드 CMO는 “LVMH는 프랑스 역사·문화 보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화재로 소실된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후원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LVMH가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개최된 올림픽을 후원하는 이유는 핵심 브랜드 가치인 전 세계적 역사·문화적 유산 계승을 위해서다. LVMH는 현대적 가치와 전통문화가 공존하는 정신을 퍼뜨릴 것”이라고 했다.

LVMH 산하 명품 브랜드 벨루티가 선보인 프랑스 국가대표 단복. 사진은 지난 4월 17일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 국가대표 단복 공개 행사에서 촬영한 기념사진. /로이터통신

로월드 CMO는 산하 브랜드 벨루티가 디자인한 프랑스 국가대표팀 유니폼에도 LVMH의 지향점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국가의 유니폼을 만드는 건 매우 명예로운 일”이라며 “프랑스 전통 특유의 우아한 품격과 스포츠팀이라는 정체성이 담긴 스포티한 디자인”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올림픽을 통해 LVMH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전통과 역사가 전 세계인들이 누리는 패션 정신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로월드 CMO는 지난달 국내 블록체인 업체 쟁글이 주최한 ‘어돕션 2024′에 강연자로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LVMH의 웹3.0 기술 도입 사례를 소개하고 명품 브랜드가 웹3.0을 채택했을 때, 생기는 시너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웹3.0이란 초창기 인터넷인 웹1.0, 플랫폼 개념의 웹2.0을 넘어선 개념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탈중앙화 가치를 지향하는 웹 생태계를 의미한다. 로월드 CMO는 명품·패션 시장이 더 발전하려면 기술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삼성전자가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진행된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갤럭시S24 울트라'를 통한 중계를 제공했다. /삼성전자 제공

ㅡ프랑스 파리에서 100년 만에 다시 올림픽이 열렸다. 공식 후원사로서 각오는.

“돌고 돌아 집으로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 그만큼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우리가 앞으로 남은 기간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ㅡ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는 미래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기성세대는 명품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선호하는 브랜드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지향하는 가치관이나 트렌드를 접목한 제품을 선보인다. 이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협업한 제품도 출시한다.”

ㅡ미래 세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관심이 많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은.

“탄소 중립이나 성평등, 윤리적 생산 등 ESG 경영을 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착한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 ESG는 브랜드 가치를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사샤 로월드 LVMH 임시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ㅡ명품 브랜드 산업 종사자 관점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는.

“진보적인 패션·뷰티 디자이너들이 많은 나라다.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될 재목들이 많은 일종의 ‘학교’ 같다. 아울러 케이(K)팝 인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명품 브랜드까지는 아니더라도 트렌드에 민감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에서는 한국 특유의 디자인과 그 디자이너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ㅡ미래 명품·패션 시장이 더 발전하려면 기술 혁신이 필수라고 보나.

“그렇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 한 예술가, 문화 영역, 그룹 간 협업을 기술 혁신이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과 웹3.0을 통해 창의성과 혁신, 지식재산권(IP) 등 잠재력이 높은 핵심 가치들이 점점 더 구현될 것으로 본다. 다만 아직은 이들을 상용화할 단계는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다.”

ㅡ최근 열린 웹3.0 행사에서 “재능 있는 젊은 디자이너가 부족하다”고 말했는데.

“젊고 재능 있는 디자이너는 많지만 명품 브랜드가 그 재능을 발굴하고 활용하는 건 아직 어렵다는 취지였다. 그들의 재능과 명품 브랜드의 정체성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 어려워 협업도 쉽지 않다. 그래서 웹3.0을 강조했다. 웹3.0을 통해 명품 브랜드는 여태껏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고, 젊은 디자이너들과 협업할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ㅡ명품 브랜드와 협업할 만한 웹3.0 회사로 눈여겨본 곳이 있나.

“아직은 없다. 이론적으로는 웹3.0이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향상할 수 있는 기술로 여겨지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실현된 건 없다.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규모도 작지만, 아직 가상 세계를 통한 명품 소비도 생소하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직접 보고 만져보고 입어본 뒤에 구매하는 걸 선호한다.”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쟁글 주최로 열린 '어돕션 2024'에서 사샤 로월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임시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강연하고 있다. /쟁글 제공

ㅡ한국 스타트업 중 관심 있는 기업은 없나.

“안타깝지만 없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그러나 회사 규모가 너무 작아서 명품 산업이 직면한 웹3.0 호환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아울러 이들은 해외 명품 브랜드와 소통하는 데 필요한 제품 비전이나 비즈니스 모델도 부족하다. LVMH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 등의 잠재력을 키우고자 투자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메타버스나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등을 이용한 패션 사업에 직접 투자할 계획은 없다.”

ㅡLVMH가 시도한 NFT 사업도 흥행에 실패했는데.

“그렇다. 덕분에 명품 브랜드가 직면한 부정적인 상황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저 유명 아티스트와의 NFT 협업에 그쳐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5만스위스프랑(약 8000만원) 상당의 시계를 구매할 때 포함된 NFT엔 유명 디자이너를 만날 기회 등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소비자에겐 매력적이지 않다.”

ㅡLVMH는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웹3.0 비즈니스 전략을 준비하고 있나.

“웹3.0 사업이 꼭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연 매출, 순이익, 구매 고객 수 등 경영진이 주목해야 하는 주요한 성과 지표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웹3.0은 디지털 경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나 인지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향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ㅡ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명품 브랜드 산업이 한 걸음 도약할 기회가 왔다고 본다. 웹3.0을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에게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다만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웹3.0을 명품 사업에 접목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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