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大화재 1년] ② 상흔 씻고 복구 잰걸음…다시 꿈꾸는 낙원
정부·구호단체 등이 건립한 조립식 주택도 속속 완공…입주 시작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1년 전 대형 화재로 삶의 터전을 모두 잃은 하와이 마우이섬 주민들은 이제 고난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다행히 연방 정부 등의 지원으로 피해 지역의 복구 작업은 속도를 냈고, 이재민들은 불에 탄 라하이나 마을에 건립된 임시주택에 입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
이재민 일부는 마우이섬을 떠나기도 했지만, 남은 주민들은 '지상낙원' 하와이에서 특히 아름다운 곳으로 꼽혔던 라하이나 마을이 재건되기를 꿈꾸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화재 지역 기반 시설 등 복구…주택 재건 준비 '착착'
6일(현지시간) 마우이 카운티에 따르면 화재 피해 지역인 라하이나의 마지막 인프라 복구 구역에서 상하수도 설비 공사가 완료돼 지난 2일부로 '안전하지 않은 물 주의보'가 해제됐다.
지난 8일 대형 산불 발생 후 이 지역에서 물을 마시거나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보가 내려진 지 약 1년 만이다.
당국은 그동안 화재로 파괴된 일부 수도관 등을 복구하고 상수도 시스템에 유입된 해로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리처드 비센 마우이 시장은 수도 시설 정비가 완료된 것에 대해 "이것은 라하이나의 임시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재건축 계획을 세우고 있는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중대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마우이 카운티는 지난 6월 말 이재민 약 1만2천명 가운데 처음으로 주택 재건에 착수한 주민 진 밀른의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밀른은 1년 전 산불이 마을을 덮치기 전에도 새집을 짓는 중이었는데, 건축 중이던 집이 화재로 모두 소실됐다.
하지만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얼마 전 다시 건축 허가를 신청했고, 이미 같은 설계안에 대해 허가를 한 차례 받은 상태여서 승인을 더 빠르게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판자에 못을 박고 공사 일을 해 나가는 것은 내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 비극의 끝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 새로 집을 짓기 시작한 사람은 내가 첫 번째일지 모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며 "사람들은 우리가 다시 돌아와 동네를 재건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방송 케이혼(KHON)2 등에 따르면 화재 지역 철거와 재건을 지원하는 미 육군 공병대는 그동안 작업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돼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주택 부지의 92%가 깨끗하게 정비됐다고 밝혔다.
공병대의 에릭 스웬슨 대령은 "약 870채의 주택 부지를 카운티에 넘겼다"며 "이는 해당 부지의 소유주가 새로운 건축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지 가운데는 약 31%가 정비됐다고 그는 전했다.
이재민들, 조립식 임시주택서 생활 기반 마련
이재민들의 주거 문제도 조금씩 해결될 기미가 보인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지난해 이재민 대책으로 주 정부가 임시주택을 건설하고, 그간 단기 숙박업에 사용되던 임대주택 약 7천채를 장기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AP통신과 지역 매체 마우이 나우 등에 따르면 이재민 주거 대책의 일환으로 주 정부와 하와이 커뮤니티 재단은 라하이나의 해안가 와히쿨리 지역의 23만㎡ 부지에 조립식(모듈형) 주택 450채를 건설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1억1천500만달러(약 1천575억원)가 투입됐으며, 1단계로 먼저 지어진 270채에 오는 12월부터 입주가 시작되고, 나머지 180채는 내년 3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 주택 단지는 1인이 거주할 수 있는 원룸형을 비롯해 침실 1·2·3개짜리 주택이 다양하게 구성돼 세대 규모에 맞게 입주할 수 있다.
이 주택 단지 옆에는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건설 중인 조립식 주택 169채도 곧 완공된다. 이 단지에는 오는 10월부터 주민들의 입주가 시작된다.
앞서 비영리단체 하와이 원주민 발전위원회는 라하이나에 16채, 공항 근처인 카훌루이에 50채의 조립식 주택을 지어 갈 곳이 없는 이재민들에게 제공했다.
화재로 집을 잃고 어린 두 아들과 함께 임시 숙소인 호텔 방을 9번이나 옮겨 다닌 조세핀 프레이저는 지난 5월 카훌루이에 지어진 방 2개짜리 임시주택에 입주하면서 다시 희망을 찾게 됐다고 AP에 전했다.
프레이저는 "많은 사람이 라하이나를 떠나 섬 밖으로 이사하는 것을 선택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며 "라하이나는 우리의 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재민 루시 리어든 역시 하와이 원주민 발전위원회가 제공한 라하이나의 임시주택에 들어가면서 삶에 안정을 찾았다며 "마치 내 앞에 한 줄기 빛이 내려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제 리어든의 딸과 조카들은 화재 전에 다니던 라하이나의 학교에 다시 다닐 수 있게 됐다.
앞서 FEMA는 화재 이후 임대주택을 확보해 1천200여 가구에 직접 임대하고, 500여 가구에는 임차료 보조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재 이후 마우이섬의 주택 부족으로 임대료가 크게 치솟은 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일부 이재민들은 섬을 떠나 하와이의 다른 섬이나 미국 본토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AP는 일각의 추산을 인용해 이렇게 떠난 이재민이 1천500가구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린 주지사는 "사람들 일부는 떠날 수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은 남을 것이고, 앞으로 소송 합의금을 받고 새 집에 투자할 수 있다면 마우이에 계속 머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주민들이 화재의 책임이 있는 전력망 관리업체 하와이안 일렉트릭과 주 정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피고 측이 총 40억3천700만달러(약 5조5천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최근 합의됐다.
이 합의금은 사법부의 검토와 승인, 주 정부가 내는 금액에 대한 주 의회의 승인을 거쳐 내년 중반께부터 지급될 예정이다.
1년 전 화재 이후 마우이 카운티와 피해 주민들은 화재의 주범이 강풍으로 끊긴 전선에서 튄 불꽃이라고 지목하고 하와이안 일렉트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하와이안 일렉트릭 역시 이를 일부 인정한 바 있다.
피해자들은 또 당국이 화재 경보를 즉각 발령하지 않아 대피를 지연시켰다며 마우이 카운티와 주 정부를 상대로도 소송을 냈었다.
FEMA가 지난해 발표한 라하이나의 산불 피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의도(2.9㎢)의 약 3배 수준인 2천170에이커(8.78㎢) 면적에서 건물 2천207채가 불에 타 소실됐으며, 이 지역의 재건에 필요한 비용은 55억2천만달러(약 7조3천500억원)로 추산됐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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