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美 주식 주간 거래 먹통' 실태 조사 나선다
일부 美 증시 개장후에도 매매 안돼
"손절하지 못해 손실" 투자자 분통
증권사별 거래 재개 차이 들여다봐
업계 "내부규정따라 보상여부 검토"
주문기록 확인 후 선별 보상 가능성
'미수금 폭탄 보상 전례' 관행화 우려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016360)·미래에셋증권(006800)·키움증권(039490) 등 11개 증권사에 대해 미국 주식 주간 거래(데이마켓 오전 10시~오후 4시 30분) 중단에 따른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다.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의 데이마켓 주식 체결 취소 통보에 따라 주식 매매가 중단됐고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폭락장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증권사별 매매 재개 차이가 발생한 원인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피해 현황을 파악한 다음 증권사들에 보상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제 피해는 매매를 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어서 피해 규모 파악 등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미국 주식 매매 중단에 따라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토스증권·KB증권·NH투자증권(005940) 등 11개 증권사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블루오션은 이달 5일 국내 증권사들에 데이마켓 주식 체결 취소를 통보했다. 프리마켓(오후 5시 개장) 거래가 일부 지연됐고 삼성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 개장 이후에도 주식 매매를 하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별로 데이마켓 주식 체결 취소 통보 이후 매매 재개에 차이가 발생한 이유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오션과 제휴를 맺은 증권사들은 주식 체결 취소 통보를 받고 원상 복구를 하기까지 증권사에 따라 몇 시간 이상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은 주문 ‘취소·체결’ 통보를 받았지만 증권사의 처리가 늦어져 실제 주문이 뒤늦게 체결되면서 매매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KB증권을 이용하는 한 투자자는 “엔비디아를 오전·오후에 걸쳐 매수했다”며 “KB알림톡은 모두 매수 체결됐다고 알림이 왔었는데 실제로는 절반만 매수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증시가 급락하는 가운데 매도 주문 등이 체결되지 않으면서 손절 시기를 놓쳤고 이에 따라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투자자들의 입장이다. 실제 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 등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사용하는 일부 이용자는 오픈채팅방을 개설하고 금감원 민원과 단체 피해 보상 요구 등을 논의 중이다.
증권사들은 손실을 본 투자자를 위해 피해 보상안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접수되는 민원 사항의 내용 확인 후 내부 보상 정책에 따라 보상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번 건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대응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별로 매매 재개까지 차이가 발생한 원인 등을 살펴보고 증권사에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문제 발생 시 사실상 증권사 책임으로 내몰리고 있어 보상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피해가 발생한 것이 아닌 매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손실을 봤다는 주장이어서 피해액 산정 과정에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으로 “피해액 산정도 안 되는데 어떻게 보상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자체 보상 기준에 더해 실제 투자자들이 주문을 넣었지만 체결되지 않은 경우에만 보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매도 주문을 넣었으나 매도가 체결되지 않아 손실이 확대된 경우 매도가 이뤄졌다는 가정하에 피해액을 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올 6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전산 오류로 일부 종목 주가가 잘못 표시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미수금 폭탄’을 맞은 사고와 관련해 자발적 보상을 결정한 바 있다. 버크셔해서웨이 등 40여 개 종목의 시세가 99%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투자자들이 이를 주문하면서 미수금을 떠안게 됐다. 한 번 선례가 만들어지면서 앞으로도 번번이 미 주식 거래 관련 문제가 생길 때마다 증권사들이 보상을 떠안아야 한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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