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완행열차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이따금 멈추어서 뒤를 돌아보곤 했다고 한다. 너무 빨리 달려온 탓에 영혼이 쫓아오지 못할까 봐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는 우리들은,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고 먼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손바닥 안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서성거리는 현대인들은 자기 영혼을 어느 정류장에 두고 왔는지 정확히 기억할까? 문명은 속도를 숭배하고, 속도는 풍경을 지운다. 삶이 고해라서 광속으로 탈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천천히’, ‘누비듯이’, ‘홈질하듯이’ 인생의 모퉁이를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달리는 자는 도착하지 못한 자이고, 거니는 자는 이미 도착한 자이다.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자발찌 1호 연예인' 고영욱, 유튜브 개설 '무기력한 일상서 벗어나고자'
- [단독] '집단마약' 연합동아리 회장, '성매매알선' 혐의로 檢 조사 받아
- 안세영 ‘작심 발언’에 혼합복식 김원호가 한말…“열심히 노력해준 분들 있었다”
- 잠 자다 일어나 높이뛰기 金…‘잠자는 공주’ 별명 얻은 우크라 미녀선수
- 황정음, 김종규와 공개 열애 2주만 결별…'지인 관계로 남기로'
- '더 존3' 덱스♥유리 케미스트리 ''솔로지옥2' 다시 찍는 느낌' [SE★현장]
- '70억' 타워팰리스 사는 홍혜걸 '의사는 돈 벌면 안 되나…열심히 벌어 선량하게 쓰겠다'
- '호화 술자리·풀파티로 꼬드겨'…명문대생 300명 가입했다는 '마약 동아리'
- 소녀시대, 17주년 맞이 자축…‘막내’ 서현 큰 결심했다
- '링에서 죽을 일 있냐' 여성 복싱 '성별 논란'…패한 선수 'X 제스처' 항의 표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