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차가 튀어 나가면?…"기어는 중립, 발 떼세요" 국과수가 말하는 급발진 [르포]

원주(강원)=김지은 기자, 원주(강원)=최지은 기자 2024. 8.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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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말고 자신을 의심하세요."

6일 오전 강원 원주시에 위치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30년 동안 교통 사고 원인을 분석한 전우정 교통과장은 최근 있었던 '급발진 주장' 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전 과장은 "신발 바닥 문양은 페달의 강한 마찰로 발생하는 중요한 흔적"이라며 "급발진 주장 사고 때는 운전자 신발까지 꼼꼼히 찾아본다. 자동차는 10년만 지나도 빠르게 달라지는 만큼 객관적 데이터로 진실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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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중립 후 서서히 감속, EPB 지속적으로 당겨야…급발진? 사실상 발생 어렵다"
6일 오전 김종혁 국과수 차량안전실장이 사고 차량에 대한 증거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차 말고 자신을 의심하세요."

6일 오전 강원 원주시에 위치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30년 동안 교통 사고 원인을 분석한 전우정 교통과장은 최근 있었던 '급발진 주장' 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전 과장은 2022년 12월에 발생한 강릉 티볼리 급발진 의심사고부터 지난달 발생한 시청역 교통사고까지 다양한 사고들을 연구했다. 그는 "그동안 무수히 많은 사건을 다뤘지만 급발진으로 볼만한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며 "급발진 사고는 '급발진 주장 사고'라고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국과수 교통과, '데이터'로 사고 원인 밝혀낸다

6일 오전 김종혁 국과수 차량안전실장이 사고 차량 엔진음 주파수를 분석하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국과수 교통과는 파손된 차량 흔적을 분석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사고 원인을 파헤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연간 처리하는 감정 건수는 △2021년 8725건 △2022년 1만1662건 △2023년 1만509건에 달했다.

최근 교통과에 많은 문의가 들어오는 것은 '급발진' 의심 사고다. 국과수에 따르면 급발진 의심사고 감정건수는 △2021년 56건 △2022년 76건 △2023년 118건으로 매년 늘어났다.

감정 의뢰가 들어오면 감정관은 경찰로부터 블랙박스, 주변 CCTV(폐쇄회로TV), 피의자 진술 등을 공유 받는다. 현장에 나가서 도로 형태나 구조를 살펴보고 사고 현장도 3D로 스캔한다. 차량 수리 내역과 보조제동등 점등 여부 등도 함께 파악한다.

자동차 사고기록장치로 불리는 EDR도 중요한 기록 중 하나다. EDR은 사고가 발생하기 5초 전부터 사고 발생 후 0.3초까지 약 5.3초 동안 자동차 데이터를 기록한다. 제동 페달 작동 여부, 조향 핸들 각도, 속도변화 등 67개 항목들이 모두 기록된다.

"급발진 사고는 사실상 어렵다" EDR 기록 장치 살펴보니

국과수에 마련된 시뮬레이션 차량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전 과장은 "급발진 사고는 사실상 발생하기 어렵다"고 했다. 가속 페달은 발로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사실상 움직이지 않는 구조다. 반면 제동 페달은 엔진과 무관하게 밟으면 무조건 멈추게 된다. 그는 "제동 페달은 10㎜ 정도 살짝 밟아도 제동등이 바로 점등된다"고 말했다.

EDR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자료"라고 했다. 전 과장은 "평소 엔진 제어기, 제동 제어기 등의 기록을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엔진음과 비교해서 맞는지 체크를 한다"며 "추가적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진행해 EDR 신뢰성을 검증한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갑자기 차량에 속도가 붙을 때는 발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기어 중립을 놓고 서서히 속도를 줄여야 한다"며 "EPB(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지속적으로 당겨서 차량을 멈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옷·신발에 남은 작은 단서까지…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국과수 교통과 사무실에 있는 화이트보드에는 '자동긴급제동장치'와 관련한 수학 공식들이 한가득 적혀 있다./사진=김지은 기자

이곳에서 근무하는 국과수 교통과 감정관들은 총 10명이다. 이들은 사고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이날 사무실 곳곳에는 차량 사고 관련해 고민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화이트 보드에는 자동긴급제동장치(AEB) 관련 수학 공식들이 한가득 적혀 있었다. 사무실 한쪽에는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자동차도 있었다. 김종혁 국과수 차량안전실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운전자 신발에 가속 페달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지, 피해자 옷에 타이어 자국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지 등도 확인했다.

전 과장은 "신발 바닥 문양은 페달의 강한 마찰로 발생하는 중요한 흔적"이라며 "급발진 주장 사고 때는 운전자 신발까지 꼼꼼히 찾아본다. 자동차는 10년만 지나도 빠르게 달라지는 만큼 객관적 데이터로 진실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혁 국과수 차량안전실장이 테스트용 피해자 옷에 타이어 자국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 확인하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원주(강원)=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원주(강원)=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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