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승리 자판기’ 덕분에..지난해 최약체서 최강으로 도약한 AL 중부지구[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메이저리그는 이제 본격적인 후반기 경쟁에 돌입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지났고 각 구단들은 남은 시즌을 어떤 태도로 보낼지를 결정했다. 이제 남은 것은 앞만 보고 시즌 끝까지 달려가는 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는 지구가 있다. 올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이 지구에서 이런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바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다(이하 기록 8/6 기준).
만약 정규시즌이 8월 6일(한국시간)에 끝났다면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많은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배출한 지구는 바로 중부지구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3장 중 2장이 현재 중부지구에 있다.
동부지구 공동 1위인 볼티모어 오리올스, 뉴욕 양키스(승률 0.593) 중 한 팀이 와일드카드 1위인 가운데 미네소타 트윈스(승률 0.568), 캔자스시티 로열스(승률 0.553)가 와일드카드 2,3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인 지구 1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승률 0.598)까지 총 세 팀이 올해 포스트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사실 중부지구는 최근 약세가 이어졌다.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로 편입돼 현재의 '5팀 지구' 체제가 확립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단축시즌을 제외한 10년 동안 중부지구에서 2팀 이상이 포스트시즌에 오른 것은 3번. 2017년 이후로는 단 한 번(2017) 뿐이었다. 지난시즌 지구 1위의 승률이 가장 낮았던 곳도 바로 중부지구였다.
올해는 다르다. 한 지구에 승률 0.550 이상인 팀이 셋이나 포진한 곳은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가 유일하다. 심지어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도 있다. 지난해 최약체 지구가 올해 최강의 지구로 탈바꿈한 셈이다.
하지만 이 성적에는 치명적인 요소가 개입하고 있다. 바로 올해 메이저리그의 '압도적인 최약체 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존재다. 화이트삭스는 6일까지 승률 0.235를 기록했다. 아직 시즌 30승 고지도 밟지 못했다(27승 88패). 최근 무려 21연패를 당하며 아메리칸리그 역대 최다연패 타이 기록도 썼다. 한 번만 더 지면 아메리칸리그 역사를 새로 쓰고 두 번을 더 지면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연패 타이 기록을 쓴다. 세 번을 더 패한다면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불명예를 쓰게 된다.
화이트삭스의 존재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중위권' 팀들의 심각한 승률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화이트삭스는 지구 2위인 미네소타, 3위인 캔자스시티를 상대로 올시즌 1승 12패씩을 기록했다. 미네소타와 캔자스시티가 6일까지 기록한 승리는 63승. 시즌 전체 승리의 약 1/5이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거둔 것이다. 화이트삭스전을 제외하면 미네소타의 승률은 0.520, 캔자스시티의 승률은 0.505다.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는 남은 시즌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미네소타와 캔자스시티는 올시즌 예정된 화이트삭스와의 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더는 화이트삭스와 경기가 남지 않았다. 승리를 퍼주던 '승리 자판기'를 더는 이용할 수 없다. 지금까지 쌓은 승률보다 잔여경기의 승률이 더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 3위인 캔자스시티와 4위 보스턴 레드삭스의 승차는 1.5경기. 이를 감안하면 5위 탬파베이 레이스(4.5G), 6위 휴스턴 애스트로스(5G)도 추격을 포기할 상황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 놀라운 것은 바로 클리블랜드다. 클리블랜드는 미네소타, 캔자스시티와 달리 화이트삭스의 '승리 자판기'를 이용하지 못했다. 화이트삭스와 10차례 맞붙어 5승 5패를 기록했다.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겨우 '반타작'에 그쳤음에도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최약체를 상대로 승리를 중점적으로 쌓지 않아도 1위를 할 수 있을만큼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는 의미. 에이스 셰인 비버가 시즌 초반 토미존 수술로 이탈한 상황에서 이룬 성과인 만큼 더 놀랍다. 어쩌면 1948년 이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적기일지도 모른다.
이제 정규시즌 종료까지는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무엇보다 든든한 '발판'을 딛고 약진하고 있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가 과연 시즌 마지막 날 어떤 모습일지 주목된다.(자료사진=시카고 화이트삭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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