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월요일, 2% 주담대 '반짝 등장'

5년 만기 은행채, 최근 3개월 금리 추이/그래픽=이지혜

아시아 증시를 휩쓴 '블랙먼데이' 여파로 2%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 다시 나타났다. 시장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일부 은행의 금리가 조정된 결과다. 다만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은행권의 금리인상 등이 예정돼 있어 2%대 주담대는 '반짝 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은행의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 금리는 2.94~5.76%다.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은 혼합형 상품의 금리 하단이 전날보다 0.06%포인트(P) 하락한 2.94%에 형성됐다. 전날 시장금리가 바로 반영되는 하나원큐아파트론도 혼합형 금리 하단이 2.991%까지 떨어졌다.

지난 6월 하순 등장한 2%대 주담대는 은행권의 금리인상으로 한 달여 만에 사라졌다. 2%대 주담대가 재등장한 건 갑작스러운 시장금리 하락 때문이다.

전날 혼합형 주담대의 준거금리로 쓰이는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의 금리는 3.101%로 전영업일보다 0.104%P 하락했다. 올들어 가장 큰 하락폭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25%(현재 3.50%)였던 2022년 3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은행채 5년물의 금리는 지난 4월 고점을 기록한 후 하락세를 이어갔고 최근 3영업일에만 0.175%P 빠졌다. 지난 2일 미국 고용지표 발표 후 미국 경기침체(Recession) 우려가 제기되자 시장자금이 안정적인 채권시장으로 몰리면서 시장금리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대거 하락하는 '블랙먼데이'가 시장금리 하락을 부추겼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8월 조기인하 혹은 9월에 '빅컷'(0.5%P 이상 인하)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은행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2%대 주담대는 '반짝 등장'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은 7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3%P 올릴 예정이다. 국민은행(8일)과 우리은행(12일)도 주담대를 각각 최대 0.3%P, 0.4%P 상향조정할 계획이다. 일부 영업점에서 지점 단위로 진행하던 우대금리 적용도 줄어 체감금리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7월 가계대출 증가속도를 늦추기 위해 여러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주담대 갈아타기(대면)·다주택자 주담대도 중단했다. 하지만 시장금리 하락으로 금리인상 효과가 떨어지자 추가 인상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주담대 갈아타기 물량이 일부 은행에 몰리면서 주담대 증가가 크게 나타난 것도 있다"면서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에 시장금리 하락이 지속되는 것같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