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우승 퍼즐? MLB 36승 투수는 제2의 페디가 될 수 있을까?
KIA 타이거즈의 통합우승을 위한 승부수, MLB 36승 투수 에릭 라우어(29)는 ‘제2의 에릭 페디’가 될 수 있을까.
KIA 타이거즈가 6일 “새 외국인 투수 에릭 라우어(Eric Lauer. 좌투우타. 1995년생)와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30만 달러 등 총액 35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엘리리아 출신인 라우어는 신장 190cm 체중 94kg의 체격을 지니고 있으며, 메이저리그에서 6시즌, 마이너리그(이하 트리플A)에서 4시즌 동안 뛰었다.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이 장점이며,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190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고 시속 151km의 빠른공과 낙차 큰 커브가 위력적이다.
라우어는 여러면에서 기대감이 큰 선수다. 2016년 메이저리그(ML)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 지명되는 등 아마추어 시절부터 촉망받는 선발 투수였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11승 7패 평균자책점 3.69로 정상급 활약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밀워키서 4승 6패 평균자책점 6.56의 성적에 그쳤고, 올해는 마이너리그에서 4승 5패 평균자책 5.26으로 부진했고 이달 초 KIA와 계약하기 위해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시점에서 KIA가 올해가 우승 적기라는 판단을 내리고 마운드를 확실하게 보강할 수 있는 카드를 선택한 모양새다.
코로나19 단축 시기였던 시즌을 제외하면 2022시즌까지 줄곧 20~30경기 이상을 선발투수로 뛰면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기복이 있었던 해도 있지만 평균자책 3점대에서 4점대를 꾸준히 찍으며 빅리그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줬다.
이런 라우어의 커리어는 여러모로 ‘코리안 드림’을 쓴 전 NC 다이노스 출신의 현역 메이저리거 에릭 페디(31,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닮은 점이 많다. KIA와 KIA 팬들이 라우어에게 기대하는 바 역시 한국에서 극강의 에이스로 한층 더 성장해 빅리그로 돌아가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페디처럼 활약하길 바라는 것일 터다.
1993년생인 페디와 1995년생인 라우어는 두 살 터울로 각각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가스와 오하이오 주 엘리리아에서 출생해 고교 시절 에이스로 활약했다. 고교 졸업 이후 페디가 샌디에이고로부터 24라운드 전체 743번(2011년) 지명을 받았지만 프로에 입단하지 않고 대학 진학을 선택했고, 라우어가 토론토의 13라운드 전체 505번 지명을 받았지만 역시 대학에 진학하면서 비슷한 행보를 걸었다.
페디와 라우어의 이후 행보는 분명 차이점은 있지만 1라운드 지명자로서 큰 기대를 받으며 이른 시기부터 선발투수로 활약한 이후 부침을 겪었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점이 있다.
페디는 워싱턴과 계약 이후 토미존 수술을 받고 한동안 재활에 매진했고, 마이너리그 각 레벨을 차례대로 밟은 이후 2017년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6시즌 동안 102경기에서 21승 33패 평균자책 5.81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워싱턴의 불펜 투수와 5선발 역할을 맡았다.
2021년 페디는 29경기서 133.1이닝을 소화하면서 7승 9패 평균자책 5.47을 기록하면서 풀타임 선발 투수로 거듭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2년에도 워싱턴 소속으로 27경기서 6승 7패 평균자책 5.81로 더 좋지 않은 성적을 냈고 결국 구단에서 방출됐다. 그 틈을 노린 NC 다이노스가 그를 붙잡았고, 2023년 페디는 ‘빅리그에서 온 최동원’이 됐다.
그리고 2023년 12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성공적으로 빅리그로 복귀했다. 메이저리그로 복귀해서도 페디는 한국에서 장착한 투심-스위퍼-포심-싱커-슬라이더 등의 다양한 패턴을 바탕으로 이전 빅리그 시절보다 훨씬 더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페디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악의 팀인 시카고에서 7승 5패 평균자책 3.11을 기록하며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했고, 최근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 됐다. 이적 후 첫 경기서 부진하긴 했지만 여전히 페디는 올해 리그 정상급 투수로 분류되고 있다.
2019년 밀워키로 트레이드 된 라우어는 2020년 빅리그에서 4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2021년에는 다시 24경기서 7승 5패 평균자책 3.19의 성적을 내면서 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어 라우어는 2022년에는 29경기서 158.2이닝 동안 11승 7패 평균자책 3.69의 성적을 올리면서 사실상 2~3선발도 가능한 수준의 정상급 투수로 올라섰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상이 라우어의 커리어를 흔들어놨다. 2023년 어깨 통증과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했던 라우어는 2023년 10경기서 4승 6패 평균자책 6.56의 부진한 성적을 냈다. 특히 과거 평균 150km 내외를 유지했던 구속이 뚝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구속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마이너리그에서 4승 5패 평균자책 5.26으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가 재활의 과정이었다고 판단한다면, 과거 능력을 상당 부분 찾았다는 전제하에 라우어가 KBO리그로 환경을 옮겨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한때는 페디와 라우어 모두 메이저리그 특급 유망주이자 팀에서 애지중지했던 선발투수였지만 실패를 겪고 KBO리그 행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둘의 행보는 닮아있다. 나아가 라우어는 KIA 합류 시즌인 올해 거취는 마이너리거로 페디가 NC에 왔을 당시보단 위상이 낮다. 하지만 빅리그에서 활약할 당시엔 오히려 페디보다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았고 더 좋은 성적을 냈다.
KIA는 라우어의 영입을 마무리하면서 포스트시즌까지 활용할 수 있는 사전 절차를 마쳤다. 라우어의 영입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KIA가 치를 가능성이 높은 한국시리즈까지 내다본 결정으로 보인다.
라우어는 ‘제2의 페디’가 될 수 있을까. 2명의 외국인 투수를 동시에 웨이버 공시하면서 라우어를 잡은 KIA의 승부수가 통할 지 여부도 라우어의 어깨에 달렸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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