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5초면 결판나는 스피드 클라이밍…관중은 환희, 선수에겐 '잔인'

유영규 기자 2024. 8. 7.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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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기록 세운 샘 왓슨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 가운데 가장 빨리 승패가 가려지는 종목은 스포츠클라이밍 스피드입니다.

15m 높이, 95도 경사면을 빠른 속도로 올라가서 먼저 터치패드를 찍는 쪽이 승리하는 스포츠클라이밍 스피드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돼 보는 맛까지 갖췄습니다.

흔히 '10초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올림픽 육상 남자 100m를 '가장 빠른 종목'이라고 말하지만, 이번 대회에 '5초면 끝나는' 스포츠클라이밍 스피드가 별도 종목으로 분리되면서 그 타이틀을 물려받았습니다.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르부르제 클라이밍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스피드 예선은 '전 세계 가장 빠른 거미'의 속도 경쟁을 볼 수 있는 무대였습니다.

예선 시드전에서 베리크 레오나르도(인도네시아)가 4초79에 터치패드를 찍어 올해 4월 샘 왓슨(미국)이 세운 세계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자, 왓슨은 8강 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예선 토너먼트에서 4초75로 더 멀리 달아났습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은 연달아 탄생하는 세계 기록에 환호하며 올림픽에서 가장 빠른 종목의 매력을 즐겼습니다.

0.01초 차로 승패가 갈리자, 관중의 도파민은 말 그대로 폭발했습니다.

39세의 노장 선수 바사 마웸(프랑스)이 예선 토너먼트에서 야로슬라프 트카치(우르카리나)를 0.01초 차로 제친 순간, 관중석은 온통 프랑스 삼색기 물결로 가득했습니다.

승자인 마웸은 지상으로부터 15m 지점에서 승자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며 천천히 내려왔고, 트카치는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스포츠클라이밍은 남녀 금메달이 하나씩 걸린 종목이었습니다.

빨리 올라가는 속도를 겨루는 스피드, 4.5m 높이의 인공 암벽에 펼쳐진 4개의 까다로운 문제를 결해야 하는 볼더링, 15m 높이의 암벽에 설치된 홀드를 잡고 6분 안에 누가 높게 올라갔는지 겨루는 리드 종목 점수를 모두 합산해 순위를 가렸습니다.

파리에서는 스피드 종목만 따로 빼서 실시하고, 볼더링과 리드는 점수를 합산해 콤바인 종목으로 시상합니다.

볼더링의 까다로운 코스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풀어내는 모습에 '80데시벨'로 환호하던 관중들은 5초 만에 모든 게 결정이 나는 스피드에는 '120데시벨'의 환호를 뿜어냈습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스피드 종목에 출전한 신은철(더쉴·노스페이스)은 잔인한 종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신은철은 예선 토너먼트전에서 우펑(중국)에게 져 8강 티켓을 얻지 못했습니다.

신은철은 "스피드는 5초 등반을 위해 2시간 동안 워밍업해야 하고 4년의 세월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라운드별 5초씩 해서 3라운드 15초로 첫 올림픽이 끝났지만, 15초를 위해 앞으로 또 4년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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