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 성학대 혐의’ 유명 예술가 신부, 작품 존폐 논쟁에 불붙어

김유진 기자 2024. 8. 7.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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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를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슬로베니아 출신 유명 예술가이자 예수회 사제인 마르코 루프니크(69) 신부의 작품을 철거하는 문제로 논쟁이 한창이다.

이탈리아 일간지 쿠오티디아노나치오날레는 5일(현지시간) 루프니크 신부의 피해자들이 그의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작품 존치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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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국립 성지 내 성당 벽을 장식한 루프니크 신부의 모자이크 작품. AP연합뉴스

수녀를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슬로베니아 출신 유명 예술가이자 예수회 사제인 마르코 루프니크(69) 신부의 작품을 철거하는 문제로 논쟁이 한창이다.

이탈리아 일간지 쿠오티디아노나치오날레는 5일(현지시간) 루프니크 신부의 피해자들이 그의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작품 존치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루프니크 신부는 1980년부터 2018년까지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 로마에서 수녀를 포함해 약 25명의 여성을 성적, 심리적, 영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고발됐다. 재판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피해자 증언과 언론보도가 이어지며 유죄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는 신부이면서 세계적으로 이름 난 예술가다. 전 세계 200여개 성당과 성지에 그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국립 성지, 스페인 마드리드 중심부의 알무데나 대성당, 프랑스 루르드 성모 발현지 로사리오 대성당, 교황청 사도궁 모자이크 그림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미국 가톨릭 매체 NCR은 ‘루프니크 신부의 작품을 철거해야 할 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의 모자이크는 하느님을 향한 마음과 정신을 고양하는 목적을 더는 달성할 수 없다"며 철거를 촉구했다.

전 세계 신자들이 철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가톨릭교회는 사법부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루르드 성지를 관할하는 장 미카스 주교는 "아직 철거를 위한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말했다.

루프니크의 작품을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황청 홍보부 파올로 루피니 장관은 최근 "예술을 제거, 취소, 파괴하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논리라면 예술가이자 살인자였던 이탈리아의 천재 화가 카바라조(1571-1610)의 작품도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재안으로 루프니크의 작품을 가림막으로 가려서 못 보게 하자는 등의 의견도 제시됐다.

루프니크 신부 성범죄 사건은 2022년 말 이탈리아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피해자가 고발했지만 교황청은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은 사실도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프란치스코 교황 지시로 교황청이 재조사에 나섰고 공소시효를 없앴다. 루프니크 신부는 지난해 6월 예수회에서 축출돼 현재 고향인 슬로베니아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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