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필리핀 이모' 업무 어디까지…서울시, 중재시스템 만들었다

모호한 기준 우려…서울시·고용부 '3자 운영 협의체' 구성
1차적 업체서 중재…인권·성 관련 중대사안은 협의체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저출생과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날 입국한 100명의 가사도우미는 내년 2월까지 서울시에서 아이 돌보미로 근무한다. 2024.8.6/뉴스1 ⓒ News1 공항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권혜정 오현주 기자 = 필리핀 국적 외국인 가사 관리사 100명이 9월부터 본격 업무에 돌입하는 가운데 '가사'와 '돌봄'을 넘나드는 이들의 업무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단순 갈등을 넘어 성, 인권 등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서울시와 고용노동부 간 '제3자 운영 협의체'를 통해 중재한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외국인 가사 관리사가 실제 현장에 투입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민원과 이용자-관리사 간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시 관계자는 "(업무 범위에 대한 모호함에 따른) 민원과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문제가 생겼을 경우, 1차적으로 이번 사업을 제공하는 업체에서 소통창구의 역할을 해 이를 중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 차원에서 중재안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업체 차원에서 중재가 안 될 경우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서울시와 고용부가 참여하는 '3차 운영 협의체'를 통해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가사 서비스 제공 업체에서 충분히 갈등 등을 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 관계자는 "직무범위가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고, 필요할 때 이용 가정과 협의해 가벼운 업무 등을 융통성 있게 할 수 있어 (기준의 모호함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 가사 관리사와 관련해 성, 인권 등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즉각 '3자 운영 협의체'가 투입된다. 시 관계자는 "성, 인권 등 중대한 문제는 국가 간의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에 협의체가 대응할 것"이라며 "제 3자가 설득하고 이해시켜 정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3자 운영 협의체'는 이번 서비스 신청자들의 이용 우선순위에 대한 조정 역시 담당한다.

일각에서는 가사와 돌봄 사이에서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관리사들의 업무가 가중되거나 이용자와 관리사 간의 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 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 '대리주부' 앱을 보면 외국인 가사 관리사가 할 수 있는 업무와 할 수 없는 업무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기준에 따르면 이들은 자녀돌봄 및 그와 관련된 가사활동을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옷 입기, 목욕하기, 청소하기, 화장실 이용 또는 기저귀 갈기, 음식준비, 요리, 먹이기, 설거지 등이 가능한데 이는 모두 '아동과 관련한 것'으로 한정된다.

이밖에 아동과 관련한 처방약 제공, 아동 관찰, 이동, 아동 거치의 청소, 물건구매, 세탁도 가능하다. 아이들과 외부 동행 및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필요한 업무도 범위에 포함된다.

반면 음식물·일반·재활용 쓰레기 배출, 장보기, 손걸레질과 손빨래는 불가능하다. 천장과 유리창 등 손이 닿지 않는 곳의 청소는 물론 가전제품의 청소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어른 음식 조리, 상차림, 옷·장난감·냉장고 등 수납 정리도 할 수 없다. 베란다와 현관 청소 또는 정리도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1일 6시간 이상 외국인 가사 관리사를 이용할 경우, 가능해지는 업무는 늘어난다. 어른 옷 세탁 및 건조 등이 가능하지만 이용자가 반드시 색깔별, 옷감별로 분류한 후에 가사 관리사에게 세탁을 요청해야 한다. 6시간 이상 이용할 경우 단순 욕실 단순 물청소 위주의 청소와 바닥 위주의 청소도 가능해진다. 또 청소기와 마대걸레로 바닥을 청소하거나 단순 정리 등도 업무에 포함된다.

이같은 우려에도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외국인 가사 관리사'인 만큼 시민들의 호응은 뜨겁다. 300가구를 뽑는 이번 사업에 신청한 가구는 총 751가구로 모집인원의 2배가 넘는다. 서비스에 신청하기 위해 앱에 가입한 이들도 2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