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막아라”···정부·여당 움직였다는데
정산 기한 단축·판매 대금 별도 관리 핵심
최상목 “추가 유동성 공급도 검토할 것”
업계서는 ‘규제 만능주의’ 경계감 제기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e커머스 업체의 정산 기한 단축이 법제화되고 판매 대금을 별도 관리하는 에스크로 시스템 구축이 본격 추진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제도 개선 방안과 피해자 구제 대책을 발표했다. 당정은 e커머스 업체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의 정산 기한을 현행 40~60일보다 단축하고 판매 대금을 별도 관리하는 의무를 신설하기로 했다. PG사의 등록 요건 및 경영 지도 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상품권 발행 업체에 대해서는 선불 충전금도 100% 별도로 관리하도록 제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피해를 입은 일반 상품 구매자들에 대해서는 이번 주 안에 환불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은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일반 상품의 경우 신용카드사·PG사를 통해 이번 주 중 환불이 완료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피해 업체들에 대해서는 긴급경영자금 2000억 원,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 자원을 통해 3000억 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피해 기업의 경영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보완해 필요하면 추가 유동성 공급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셀러들은 이날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 1명과 대표단 7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정부에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정권 비대위원장은 “이 사태는 반드시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고 향후에도 이런 일이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구영배 큐텐 대표와 고위 관계자에 대한 법적 책임과 본 사태가 일어날 때까지 방치한 정부에 사태 수습을 조속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이 6일 발표한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책의 핵심은 e커머스 업체의 정산 기한 단축과 판매 대금 별도 관리 의무화다. 정산 기한 단축을 위해서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야 하고 에스크로 제도를 통해 거래 대금이 판매자에게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모기업 큐텐의 무리한 확장 전략 등 경영적 판단 실패도 꼽히는 만큼 ‘규제 만능주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업계에서는 나온다.
6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와 같은 오픈마켓 e커머스 업체들은 정산 시기와 관련해 사실상 규제 무풍지대에 있다. 쿠팡과 같은 직매 사업을 하는 e커머스 업체는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상품이 판매된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40~60일 이내에 판매 대금을 정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오픈마켓 e커머스는 통신판매중개업자로 전자상거래법의 적용 대상이다. 해당 법은 정산 주기에 대한 규정이 아예 없다. 티몬과 위메프가 최대 1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거래 대금을 셀러들에게 정산하지 않고 미룰 수 있었던 배경이다.
당정은 이번 대책 발표에서 이와 같은 오픈마켓 정산 주기와 관련된 법적인 허점을 메울 예정이다. 특히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정산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몬·위메프의 경우 e커머스 업체 중에서도 유독 정산 기한이 길어 최장 70일 뒤 셀러에게 대금을 정산했는데 이와 같은 관행을 사전에 차단하게 되는 것이다. 직매 사업과 관련된 대규모유통업법 역시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쿠팡과 함께 해당 법의 적용을 받는 오프라인 대형 유통사들이 납품 업체에 줘야 하는 정산 시기 역시 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산 시기와 관련한 법 개정과 함께 당정은 판매 대금 관리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 핵심은 에스크로 시스템 정착인데 은행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제3자가 결제 대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물품 배송이 완료된 후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플랫폼사들은 수수료만 챙기고 판매 대금은 에스크로를 통해 판매자에게 정산된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서는 에스크로를 현금 거래에만 의무화하고 있어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e커머스 업체 중에서는 에스크로업을 자체 등록해 정산 대금을 예치하는 것도 가능해 신뢰성 측면에서도 문제를 노출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앞서 브리핑에서 “e커머스 업체 정산 자금 관리 체계와 관련해서는 유입된 자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정산에만 사용되도록 금융회사와 에스크로 계약 등을 유도해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규제 만능주의에 대한 경계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정산 시기 단축과 관련해서는 중소형 e커머스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패션과 식품 등 특정 상품군에 특화된 e커머스 업체들 중에서는 당장 현금성 자산이 부족해 정산 주기 단축 규제가 적용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기업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e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저마다 내부 사정으로 정산 주기를 달리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을 일원화하면 갑자기 자금 사정이 안 좋아지는 기업들이 나타날 수 있다”며 “매출액이나 회사 규모별로 차등화를 하거나 시간적 여유를 두고 규제를 적용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에스크로 시스템 정착과 관련해서도 플랫폼과 판매사들 입장에서는 담당 금융기관에 수수료를 내야 할 것으로 보여 이 경우 반발이 나올 수 있다.
티몬·위메프 사태의 원인이 규제 미비가 아니라 구영배 큐텐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의 무능과 경영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유통 업계에 따르면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티몬·위메프 사태를 에스크로 제도 부재 탓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지만 이 사태의 근원은 경영의 실패 사례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산 기간이 길어 ‘무이자 유동성’의 덕을 보는 유통 업체들 대다수는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며 아마존·쿠팡의 경우 이 같은 ‘낙전’ 이익을 중장기 소비자 가치 증진을 위해 재투자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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