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發 지각변동…춘추전국 지나 'NSG시대' 오나
네이버쇼핑(N)·쓱닷컴(S)·지마켓(G) 등 반사이익 예상
업계 1등은 여전히 쿠팡…오늘 월회비 '4990원→7890원' 인상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이어 알리바바닷컴까지 국내 진출 본격화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선두주자 쿠팡을 네이버쇼핑과 신세계그룹 소속 SSG닷컴·G마켓이 추격하는 1강 2중 체제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들도 국내 시장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어 이커머스 판이 당분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티메프 사태, 기존 유통업체들에겐 기회?
7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 계열사 티몬,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로 지난 10년 넘게 이어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군웅할거(群雄割據) 시대가 저물고 있다. 티메프 사태 이후 큐텐은 환불 조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기습적으로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여기에 위메프 매각 여부를 두고 내분까지 벌어지면서 큐텐 그룹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큐텐의 '외형상' 성장은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정산 주기를 '최대 70일'로 늦췄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큐텐은 판매자들의 돈을 2달여간 보관하면서 현금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에 당정은 전날 판매 대금 정산 기한을 단축하고 대금을 별도로 관리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결국 부채를 제외한 자본, 즉 유동자산이 부족한 '만년 적자' 이커머스 업체들은 앞으로 존립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기존 유통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티메프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기존 유통기업들은 오히려 체급을 줄이며 조직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롯데온과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최근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수장을 교체하는 등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쇼핑(N)·쓱닷컴(S)·지마켓(G) 반사이익 예상
물론 국내 이커머스 업계 1등은 여전히 쿠팡이다. 사람들은 주문 다음날 아침 문 앞에 배송되는 '로켓배송'에 익숙해진 상황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계속 쿠팡을 써왔다는 24살 조모씨는 "티메프 사태가 발생했지만, 이미 이커머스가 일상에 너무 스며들어버려서 그 편리함에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한 번 로켓배송에 익숙해지면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티메프 사태로 업계가 술렁이는 가운데 이날부터 멤버십 요금을 기존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하는 쿠팡의 결정이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등 주자들에게는 기회가 찾아왔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24살 민모씨는 "새벽배송 말고는 쿠팡에서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해 구독료가 인상되면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 SSG닷컴이나 컬리의 프로모션이 요새 계속 귀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번 티메프 사태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봤다는 평가를 받는 네이버쇼핑은 티메프 사태를 작심 비판하며 자사 띄우기에 나섰다. 네이버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5일 자신의 링크드인 계정에 올린 글에서 "티메프 사태의 근원은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흔히 관찰 가능한 경영의 실패 사례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장기적 소비자 가치의 제공보다는 근시안적인 외형 지표만 찍고 보려는 유혹을 못 이긴 꽤나 흔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업체들도 수혜를 입었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G마켓 이용자 수는 520만3992명으로 전달보다 4.7% 증가했다. 11번가도 733만965명으로 2.9% 늘었다. 해당 기간 티몬(434만6979명)과 위메프(399만2628명) 이용자 수가 각각 0.6%, 7.7% 빠진 것과 대비된다.
신세계그룹 계열 SSG닷컴도 '쓱배송 클럽'을 출시한 지난달 15일부터 24일까지 9일간 신규 가입 회원의 68%가 타사 멤버십에서 왔다고 밝혔다. SSG닷컴은 멤버십 출시와 동시에 타사 멤버십에서 옮겨오는 고객에게 SSG머니 1만5천원을 지급하는 '이사 지원금'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쓱배송 클럽 출시 효과에 힘입어 해당 기간 전체 멤버십 신규 가입자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만으로 사람들이 기존에 이커머스에서 누렸던 편리성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고, 결국 자본이 있는, 실체가 있는 이커머스 업체에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 이어 알리바바닷컴까지 국내 진출 본격화
그러나 국내 이커머스의 1강 2중의 삼국시대 구도도 아슬아슬한 분위기다. 연말부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의 침공이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시장 재편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지난달 결제 추정 금액은 30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했다. 1~7월 누적 결제추정액은 2조2938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금액(2조3227억원)과 맞먹는다.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합계 이용자 수도 160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6% 늘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국내에서 마동석과 탕웨이를 모델로 내세워 TV 광고를 시작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연초부터 내부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고, 조만간 강남구 삼성동 공유오피스를 떠나 인근 정식 사무실로 이전 작업까지 마칠 예정이다.
B2C(기업-개인 소비자 간 거래)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어 중국계 온라인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도 국내에서 힘을 키우기 시작했다. 알리바바닷컴은 다음날인 8일 한국 기업 전용 B2B 웹사이트 '한국 파빌리온'을 정식으로 연다. 알리바바닷컴은 5천여개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B2B 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그룹이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얼마나 진심으로 지원할지,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과 중국내 회사와 충돌하는 지점이 발생했을 때 어떤 입장을 취할지 등 변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우리나라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알리바바닷컴을 이용하는 전 세계의 기업을 타깃팅해 접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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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 kdrag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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