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5년만에 빅테크 제동…검색엔진 기본탑재 사라지나

"구글은 독점기업이다. 불법으로 독점권을 확보했으며, 이 지위를 이용해 광고 가격을 인상하고 더 많은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

[뉴욕=AP/뉴시스] 구글

미국 연방법원이 5일(현지시간) 구글에 대해 주요 스마트폰 웹브라우저에 구글 검색엔진을 기본 탑재토록 한 계약은 반독점법(셔먼법 제 2조) 위반이라고 판결하자, 외신들은 미국 정부·법원이 빅테크 기업에 제동을 건 것은 1990년대말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기술 독점 금지 소송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라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현대 인터넷 시대에서 거대 기술 기업에 대한 첫 번째 반독점 판결"이라며 "빅테크 기업들의 권력에 잠재적인 제한이 생긴 만큼 사업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약 4년 가까이 이어진 이번 소송에서 미국 법무부는 "구글 검색엔진이 웹 검색의 약 90%를 수행하고 있다"며 "구글이 강력한 시장 진입 장벽을 세운 뒤 독점 지위를 이용해 검색 광고 가격을 자유 경쟁시장에서 형성될 가격보다 높게 정했다"고 주장했는데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특히 구글이 애플 아이폰과 삼성 안드로이드폰 등의 검색서비스 독점을 위해 지불한 260억달러(약 35조7000억원)가 다른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고 봤다. 구글이 검색광고 시장을 장악, 지난해 3000억달러(약 412조2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점에도 주목했다. 구글이 실제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후 재판을 통해 전문가들은 구글이 외부 스마트폰 등 기기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기본 검색엔진으로 지정하는 행위가 금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구글뿐만 아니라 애플·아마존·메타 등 다른 업체들의 반독점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로 인해 검색 시장에서 구글에 크게 밀렸던 MS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국내 업계에서는 구글의 한국 시장 독점 문제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7월 국내 MAU(월 활성 이용자) 1위 앱은 유튜브(4580만명)였고, 인터넷·브라우저 부문에선 구글 크롬(3677만명), 구글(3431만명)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음악 부문에선 '유튜브 뮤직'이 1위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한국도 구글의 세상"이라며 "앱 생태계를 넘어 일상의 전반에 구글이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해지는 만큼, 이제는 국내에서도 독점의 폐해를 경계해야 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변휘 기자 hynews@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