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갑순 “효진아, 내가 메달 딴다 했지?” 반효진 “감독님 기 받았잖아요”

김지섭 2024. 8. 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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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길을 제자가 그대로 따랐다.

국가대표 후보선수 시절 여 감독과 3개월가량 함께 훈련한 고교생 막내 사수 반효진(대구체고)이 2024 파리 올림픽 10m 공기소총에 출전해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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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영웅과 파리 영웅의 영상통화
국가대표 후보 시절 사제로 인연
스승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제자는 파리 올림픽에서 금빛 계보 이어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사격 금메달리스트 반효진(오른쪽)과 오예진이 4일 프랑스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스승 여갑순 국가대표 후보선수 전임 감독과 영상통화를 하며 함께 손 하트를 그리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스승의 길을 제자가 그대로 따랐다.

사격 국가대표 후보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여갑순 전임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 첫날 10m 공기소총에서 한국 사격 최초의 금메달을 쐈다. 당시 여 감독은 서울체고에 재학 중인 막내로, 낭랑 18세였다.

그로부터 32년이 지났다. 국가대표 후보선수 시절 여 감독과 3개월가량 함께 훈련한 고교생 막내 사수 반효진(대구체고)이 2024 파리 올림픽 10m 공기소총에 출전해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한국 선수단의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이기도 했다. 아울러 역대 하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기록(만 16세 10개월 18일)도 세웠다.

여갑순 감독이 파리에 있는 제자들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반효진의 ‘금빛 여운’이 채 가시기 전인 4일(현지시간) 여 감독과 반효진은 한국일보의 연결로 영상통화를 했다. 여 감독은 제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효진아, 정말 잘했어. 중계 보면서 울었어. 내가 메달 딸 거라 얘기했지. 선견지명이 있잖아”라며 반갑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에 반효진은 “감독님, 보고 싶어요. 한국에서 감독님 손잡고 (금메달) 기를 받아갔잖아요”라고 답했다.

여 감독은 어린 나이에도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떨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대견하게 여겼다. 앞서 반효진이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연락이 닿은 여 감독은 “긍정적이고, 즐길 줄 아는 모습과 단계적으로 목표를 세우는 모습을 보고 효진이가 메달을 딸 줄 알았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반효진이 1위를 달리다가 막판 실수로 슛오프까지 가는 걸 보고 동병상련을 느꼈다. 여 감독은 “효진이가 잘 즐기고 오는 것 같아. 연장에 가는 걸 보고 예전 내 생각도 났어. 긴장했던 기분이 똑같이 나더라”고 떠올렸다. 이를 들은 반효진은 “전 감독님 말대로 즐겼어요. 진짜로요”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중인 반효진. 파리=서재훈 기자

여 감독의 고교생 금메달리스트 계보를 반효진이 이어가면서 한국 사격은 다음 올림픽에 대한 희망도 밝힐 수 있게 됐다. 여 감독은 “사격 여자 공기소총은 고교생이 올림픽에 나가야 메달을 따는 기분 좋은 징크스가 생길 것 같다”고 반겼다. 반효진도 “이번에 고교생 ‘버프(능력치를 일시 증가시켜주는 효과 내지 기술을 이르는 게임 용어)’를 잘 받은 것 같다”며 “다음 대회에 고교생이 또 나가게 된다면 ‘메달을 못 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보다 다들 땄으니까 ‘나도 다를 게 없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미래의 후배에게 팁을 전했다.

여 감독은 반효진과 함께 옆에 자리한 10m 공기권총 금메달리스트 오예진(IBK기업은행)을 보면서 “너희들 덕분에 국가대표 후보선수들이 꿈을 갖게 됐어. 작년에 예진이가 있었고, 올해 효진이가 있었잖아. 앞으로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도 나가야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야. 한국에 오면 맛있는 거 사줄게”라고 약속했고, 둘은 “뷔페 가고 싶어요. 한국에 가면 바로 달려갈게요”라고 답했다.

서로를 향해 하트를 그리고 있는 모습. 파리=서재훈 기자

영상통화를 마친 여 감독은 “애들이 부담되거나 신경 쓸까 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만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효진이와 예진이 기사 멋있게 써달라”며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챙겼다. 반효진 역시 “감독님 덕분에 기초를 탄탄히 다졌고, 어떤 걸 조심해야 하는지 세부적인 팁들도 많이 알려주셨다”며 “감독님을 만나면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파리 =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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