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위기에...부동산 불장, 꺼질까 더 탈까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에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동시에 8% 넘게 폭락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동반 서킷브레이커(CB) 1단계가 발동됐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4.64포인트(8.77%) 내린 2,441.55, 코스닥 지수는 88.05포인트(11.30%) 내린 691.28에 장을 마감했다. 2024.8.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 'R(recession, 침체)의 공포'가 확산하면서 국내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진다.

일각에선 증권과 가상자산 등의 가치가 폭락하면 중장기적으로 실물자산 매수심리도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 최근 부동산 시장이 반등세인 데다 '안전자산'으로서 매력이 부각돼 금리가 떨어지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근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증권시장은 등락을 거듭하는 안갯속에 휩였다. 지난 5일 10% 가까이 폭등한 국내 증시는 6일 다시 반등에 성공하는 등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당분간 금융시장이 불안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불장'을 거듭하는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크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5주(지난달 2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28% 상승했다. 19주 연속 오름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꾸준히 늘어나 지난 6월 7000건을 넘겼다. 2020년 12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대수준이다.

경기침체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때마다 달랐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엔 주택가격이 동반하락했다. 경기침체는 주택구매력 감소, 투자축소,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가계소득이 줄고 실업률이 올라 주택수요가 감소하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한다. 반면 코로나19 위기 때는 오히려 집값이 크게 올랐다. 정부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쓰면서 유동성이 크게 풀린 탓이다.

한국은행은 현재 쉽지 않은 선택을 앞뒀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선 금리인하가 불가피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보면 금리인하가 시장 급등세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금리인하를 선택한 상황에서 주택가격 오름세가 가파르면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이 금리인하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며 "안전자산으로 매력을 갖춘 부동산 투자심리가 점차 서울 전역, 비아파트로 확대된다"고 했다.

이어 "경기침체 우려로 불확실해진 세계 증시 흐름 속에서 오히려 주택기업들은 빨라지는 금리인하 기대감에 주가가 반등세를 보인다"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반영된 가운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오히려 안전자산으로서 부동산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R의 공포'가 크래시(붕괴)로 번지면 부동산 시장에도 당연히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지만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면 올해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한 집값에 대한 숨고르기 정도의 충격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조만간 나올 정부의 공급대책이나 9월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 이스라엘과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 대두, 미국 대선결과 등이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