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지 말자’며 이름 바꾸자 거짓말처럼…

이두리 기자 2024. 8. 7.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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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 작명소’서 개명 후
아픈 적 없었다는 양지율


13경기 평자 1.98·3홀드
후반기 키움의 든든한 불펜


키움 양지율 | 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번 시즌 키움의 마운드에 유독 자주 호출되는 선수가 있다. 양지율(키움·26)이다. 부상을 털어낸 양지율은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1군 합류 시기가 늦었지만 후반기 키움의 든든한 불펜 자원이다.

양지율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17순위로 넥센(현 키움)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 당시 이름은 양기현이었다. 장래가 촉망되는 투수였으나 크고 작은 부상들이 그를 따라다녔다. 입단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아 재활에만 전념해야 했다. 2018년부터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 나가기 시작했고 2019년 1군에서 4경기에 출전했으나 성적이 좋지 않았다. 2020년 팔꿈치와 어깨를 연달아 다쳤다. 2021년을 통으로 어깨 재활에 쏟은 뒤 2022시즌에야 복귀할 수 있었다.

양지율은 지난해 더는 다치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지난해 이름까지 바꿨다. NC 손아섭이 개명한 부산의 작명소를 찾아가 새 이름을 받아 왔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크고 작은 부상이 많기도 했고 야구를 잘하고 싶어서 이름을 바꿨다”라며 “개명의 가장 큰 목표는 부상을 덜 당하자는 거였는데 이름 바꾸고 나서는 아직 한 번도 아픈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은 양지율의 야구 인생에 전환점이 되고 있다. 후반기 불펜 전력 난조에 시달리던 키움에서 양지율은 침착한 투구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으며 필승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5일 현재 13경기에서 평균자책 1.98, 3홀드를 기록 중이다.

양지율은 “직구에 자신감이 붙기도 했고 회전수가 잘 나오다 보니 의식적으로 높은 존에 던지려고 하는 게 효과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2군에서 무게중심을 앞으로 좀 더 쏟으면서 공에 힘을 싣는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양지율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홍 감독은 지난달 23일 “양지율 선수가 후반기에 우리가 흐름이 좋은 상황에 나가서 그 흐름을 유지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라며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선수가 차지하는 영역이 좀 더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양지율은 “제 이름이 언급되니까 처음에는 부담을 조금 느꼈는데 부담을 느끼면 제가 해야 할 일을 못 하게 될까 봐 최대한 책임감만 갖고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운드에서는 최대한 생각을 단순하게 갖고, 이 타자는 잡자는 마음가짐으로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율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씩 커지면서 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신을 빼닮은 판다를 새긴 글러브도 화제다. 양지율은 “중학교 때부터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의 판다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판다를 넣은 글러브를 제작해 작년 가을부터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막강한 선발진을 보유한 키움의 난제는 불펜 전력이다. 부상 이탈 중인 마무리 투수 조상우의 복귀가 임박한 상황에서 양지율이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키움 불펜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양지율은 “아직은 1군에서의 경기 수가 적다”라며 “좋은 모습을 유지하면서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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