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장이 ‘찰리’, 내겐 위기 탈출 비상구였죠”

이지윤 기자 2024. 8.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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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가만히 있어도 식은땀이 흐를 만큼 몸과 마음에 과부하가 왔어요. 그때 뮤지컬 '킹키부츠' 4번째 출연 기회가 주어졌고, 그건 제가 위기에서 벗어날 비상구였죠."

2018년 찰리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해에 아들을 얻었고, 이후 2년마다 열린 '킹키부츠'에 빠짐없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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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10주년 무대 서는 이석훈
“몸과 마음 과부하 온 시기 ‘찰리’ 다시 만나
이번이 진짜 마지막… 후배들에 넘기고파”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몰입감 높은 연기로 주인공 찰리 역을 소화하는 이석훈은 “애인과 싸우는 장면에서 과몰입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 적이 있다. 배역에 완전히 빠져드는 게 무대 연기의 어려움이자 매력”이라며 웃었다. CJ ENM 제공

“최근엔 가만히 있어도 식은땀이 흐를 만큼 몸과 마음에 과부하가 왔어요. 그때 뮤지컬 ‘킹키부츠’ 4번째 출연 기회가 주어졌고, 그건 제가 위기에서 벗어날 비상구였죠.”

이석훈(40)에게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그룹 SG워너비로 데뷔한 17년 차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진행자로서 바쁜 일상. 그에게 ‘킹키부츠’는 비상벨이 울린 마음을 피할 탈출구였다.

5일 서울 종로구의 연습실에서 만난 이석훈은 “후회 없이 사랑하면 미련이 없듯 2022년 공연을 끝내며 ‘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출연을 반년 넘게 고사하다가 마음을 돌린 건 내게 ‘찰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에 놓인 아버지의 수제화 공장을 이어받게 된 찰리가 가업을 다시 일으키려 노력하는 성장기다. 유쾌한 드래그퀸(여성의 성 역할을 연기하는 남성) ‘롤라’를 만나 80cm 길이의 남성용 부츠를 만들면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다. 2014년 국내 초연 이후 누적 관객 약 50만 명을 모은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다음 달 8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린다.

작품은 찰리의 성장기인 동시에 이석훈의 성장기다. 2018년 찰리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해에 아들을 얻었고, 이후 2년마다 열린 ‘킹키부츠’에 빠짐없이 출연했다. “저를 꼭 닮은 아이는 마음에 사랑이 참 많아요. 그걸 보며 ‘나도 원래 저랬는데 어쩌다 몇 년 새 예민하고 방어적으로 변했지’ 생각했죠. 대본을 다시 보니 찰리도 여태 가보지 못한 길을 가면서 예민해진 거더라고요. 찰리가 결국 원래의 모습을 되찾듯 저도 돌아가려 애쓰는 중입니다.”

‘킹키부츠’를 통해 배우로서의 성장도 일궜다. 그동안 주역을 맡은 뮤지컬 가운데 그는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배역으로 찰리를 꼽았다. 우리 주변에 한 명쯤 있는 평범한 캐릭터라서 롤라만큼 튀어선 안 되기에 까다롭다는 것. “가수로 공연할 때보다 2배는 더 떨립니다.”

그의 우려와 달리 관객들 사이에선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넘버 ‘Soul of a Man’도 “이석훈이 부르면 설득된다”는 평이 오간다. 찰리가 롤라에게 모진 말을 쏟아내며 비수를 꽂은 뒤 이어지는 노래다. “저는 그 대목에서 너무 억울해 눈물이 나는 걸 겨우 참아요.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기분을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시즌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했다. 찰리 역을 빼어나게 소화할 후배들이 줄을 섰다는 이유에서다. “건강 외에 엄청난 목표를 세우고 있지는 않아요. 지금은 최고의 찰리를 보여주고자 ‘킹키부츠’에만 전념하겠습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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