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시장 불법독점”… 美 ‘빅테크 규제’ 첫 판결
광고도 장악 소비자 피해로 이어져”
메타-아마존 등 소송에도 영향 줄듯
공정위 “구글 국내점유율 살펴볼것”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다. 전 세계 인터넷 검색시장을 90%가량 지배한 구글이 불법적으로 경쟁자를 배제했다고 본 것이다. 인공지능(AI) 전환기에 구글의 독점에 대한 철퇴가 향후 세계 테크 시장 재편의 시발점이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구글이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에서 자사의 검색 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미국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구글이 검색 서비스를 애플의 아이폰 등에 ‘기본’으로 탑재하려고 수조 원을 제공한 것이 불법 행위란 것이다. 메흐타 판사는 286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구글은 독점 기업”이라고 명시했다.
구글은 애플의 사파리 등 브라우저에서 구글을 자동검색 엔진으로 하는 조건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를 써 왔다. 판결문은 “2021년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 등에 제공한 총 금액이 260억 달러(약 36조 원) 이상이며, 2022년에는 애플에 200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적시했다. 또한 이 같은 검색 시장 독점이 검색 광고 시장 장악으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로 연결됐다고도 지적했다. 메흐타 판사는 “검색 유통을 독점함으로써 구글이 온라인 광고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독점적 권한으로 텍스트 광고 가격을 인상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구글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혀 최종 판단은 연방대법원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미국과 유럽 등 각국 규제당국이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반독점 소송을 진행하는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것으로, 향후 독점 규제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구글의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 추이 등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경쟁업체 진입 막아 검색시장 95% 장악… 광고까지 독점
[美법원 “구글 독점기업” 판결]
‘기본탑재’ 불법행위로 독점체제… 진입장벽 세워 시장지배력 확대
구글, 최악 경우 회사분할 가능성도… 국내 플랫폼업계 “규제 세질까 걱정”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질하고 구글에서 검색을 한다. 이 정도 습관이 형성되면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본 선택값을 바꿔 버리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구글 반독점 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구글이 검색 광고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을 사용해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반 검색에서도 지배력을 가속할 수 있다”며 주장한 발언이다.
빅테크 CEO들까지 줄줄이 증인으로 소환되며 세기의 재판으로 주목받았던 이번 재판에서 구글이 패소한 것은 빅테크 시장 변화의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26년 전 MS의 인터넷 브라우저를 둘러싼 독점 소송에서 MS가 막대한 합의금을 물고 궁지에 몰린 뒤 구글이 인터넷 시대를 장악하는 계기가 된 바 있다.
● “애플 등에 돈 주고 선탑재로 독점”
이번 소송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빅테크 규제의 신호탄 격으로 미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이다. 법무부는 “구글이 독점으로 데이터를 모아 서비스를 개선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를 만들어 진입 장벽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구글이 이기는 이유는 구글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반박해 왔다.
특히 법원이 가장 중요한 반독점 불법 행위로 꼽은 것은 자사 검색 서비스를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같은 기기에 ‘기본’으로 탑재하고 막대한 수익을 얻기 위해 돈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특히 구글은 2020년 약 100억 달러를 애플에 지급했지만 2년 뒤에는 금액을 두 배로 올렸다. 이를 통해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애플 등에 비용 지급→시장 진입장벽 구축 및 경쟁업체 진입 방해→데이터 수집·검색 알고리즘 강화→광고시장 독점→시장 지배력 확대’로 이어지는 독점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 아이폰 등에 구글 검색창 사라질 듯
법원이 구글에 내릴 조치에 대한 심리는 9월 6일에 별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법원이 구글에 대해 운영 방식 변경을 요구하거나, 최악의 경우 회사를 분할하고 사업의 일부를 매각하도록 강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장 현실적 방안은 구글이 검색엔진 선탑재를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와 배타적 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이다. 이 경우 스마트폰 제조사는 검색엔진을 골라서 탑재할 수 있다. 애플이 구글 외에 MS의 빙(Bing) 등 다른 검색엔진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어떤 기업의 검색엔진을 기본값으로 탑재할지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며 “MS의 검색엔진이 들어올 수도 있고, 오픈AI의 챗GPT가 들어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구글이 즉각 항소하기로 한 만큼 합의 또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려면 최대 5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검색 시장에서 구글 점유율이 35% 정도로 낮기 때문에 당장 영향은 없지만 플랫폼 규제 흐름이 거세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과 달리 규제에 소극적이었던 미국에서 구글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거대 플랫폼에 대해 적극적인 규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며 “사안 자체는 다르지만 국내의 플랫폼 규제 담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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