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인적자본 공시 제도화'가 필요하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최근 각국은 기업의 인적자본에 주목한다. 인적자본은 직원이 보유한 지식, 스킬, 능력 등을 의미하는데 이는 무형고정자산이자 비재무정보로 간주된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경영전략 같은 비재무정보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 등의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인재전략은 기업의 성장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특히 주목받는다.

해외 금융당국도 인적자본 공시를 제도화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년 8월 인적자본 공시를 제도화했고 2023년 1월 발효된 유럽연합(EU) 지속가능성 정보공시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CSRD)도 기업들이 인적자본에 대한 공시지표를 수립하고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일본 역시 2023년 1월부터 도쿄증권거래소 일반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기업에 대해 유가증권보고서에 인적자본 기재를 의무화했다.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의 인적자원 전략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본다. 따라서 우수한 인적자본 관리체계와 성과를 투자자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공시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이 좌우될 수 있다. 인적자본 공시는 기업간 경쟁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기업가치는 재무정보에 기초해서 평가되며 사업보고서에 인적자본과 조직능력 등의 가치를 알 수 있게 하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자본시장법(제159조)상 성별 평균보수, 평균 근속연수와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성별 임금격차만을 공시하는데 그친다. 국내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공개한 지속가능성 공시초안 역시 종업원 다양성 정보를 포함하지만 이는 기업의 선택에 맡긴다.

각국의 인적자본 공시가 의무화하는 경향을 고려할 때 한국도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요한 정보로서 비교가능한 형태의 공시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적자본의 정의, 유형, 공시항목에 대한 상세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나 각국의 인적자본 공시는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은 정부가 직접 '인적자본 가시화지침'을 작성해 기업들이 인적자본을 공시·행동할 수 있도록 7개 분야, 19개 항목(인재육성, 참여도, 채용·유지, 다양성, 건강·안전, 노동관행, 컴플라이언스 등 분야)을 제시했다. 공시의무화 이후에는 유가증권보고서에 인적자본(인재육성방침, 사내환경정비방침)과 다양성(종업원 상황, 여성관리직비율, 남성의 육아휴업취득률, 남녀간 임금격차)으로 구분해 공시하도록 했다.

한국 기업들은 해외 기업에 비해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비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형자산인 인적자본을 파악, 구체적인 지표와 관리체계를 정립·시각화해 투자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적자본 관리·공시의 중요성을 경영진이 인식하고 이사회에서도 이를 의제로 채택하고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