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 ‘6·25 영웅’ 2482명 이름 새기다
국가보훈부가 5일(현지 시각)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6·25 전쟁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 이름을 새긴 명비 제막식을 진행했다. 에티오피아는 1950년 북한이 6·25전쟁을 일으키자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견해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웠다.
한국 정부가 약 9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한 명비는 참전 용사 2482명의 이름을 담았다. 생존한 참전 용사와 세상을 떠난 참전 용사 이름을 알파벳순으로 새겼다. 대리석으로 제작된 명비는 2006년 세워진 6·25전쟁 참전기념비 하단에 만들어졌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에 3518명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1970년대 말 공산 정권이 들어서면서 참전 기록이 소실돼 참전 용사 명단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부는 앞으로 추가로 확인되는 참전 용사 이름을 담을 수 있게 명비에 여유 공간을 뒀다.
보훈부에 따르면 에티오피아군은 6‧25전쟁에서 122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재 60여 명의 참전 용사가 생존해 있다. 에티오피아는 1·2차 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침략을 받았지만 식민지가 되지 않고 독립을 지켜낸 아프리카 국가다. 6·25가 발발하자 하일레 셀라시 에티오피아 황제는 국제사회가 외면했던 자국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며 파병을 결정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는 영국군 교관에게 전문적인 군사훈련을 받은 황실 근위대 ‘강뉴(Kagnew)’ 부대를 파견했다. 강뉴는 에티오피아 말로 ‘초전박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파병된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들은 아프리카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눈과 추위를 견디면서도 253번의 전투를 치르면서 단 한 차례도 패배하지 않았다고 한다. 클리버 작전, 사태리 전투, 철원지구 전투, 김화지구 전투, 엉클고지 전투, 악어고지 전투 등에서 승리해 당시 미국과 한국 정부로부터 수많은 표창을 받았다. 강뉴 부대는 단 한 명도 포로로 잡히지 않았고 전사자의 시신도 모두 수습해 고국으로 돌아갔다.
당시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군인 중에는 부상을 입고 고국에서 치료를 받고 재참전한 군인도 있었다. 구르무 담보바(1920~2016) 이등병은 허벅지와 엉덩이에 관통상을 입고 고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한반도에 돌아왔다. 당시 에티오피아군이 최첨단 무반동총을 가장 잘 다루던 그를 다시 부른 것이다. 보훈부에 따르면 담보바는 “전쟁에 대한 참혹한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지만 고통받는 한국인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했다고 한다. 보훈부는 담보바를 2017년 8월의 전쟁영웅으로 선정했다.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이번 에티오피아 방문에서 담보바의 딸 트르네프네시 구르무 담보바씨에게 이달의 전쟁영웅 선정패를 전달했다.
1974년 군부 쿠데타로 에티오피아가 공산화되면서 참전 용사들은 반역자로 몰려 큰 고초를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고 한다. 보훈부는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에게 지급되는 영예금을 기존 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으스티파노스 겝레메스겔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협회장은 이날 “참전 용사들은 대한민국이 더욱 강한 나라가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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