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남아돌고 관광지는 한산… 파리 날리는 파리
프랑스 파리 토박이 피에르-콜롱(46)씨는 최근 관광객들이 몰리는 마레 지구의 ‘빈집’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그는 파리 올림픽 기간 내내 낭트의 처가에 내려가 지내기로 하고, 자신의 집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를 통해 하룻밤 300유로(약 45만원)에 내놨다. 미국 관광객들이 잇따라 숙박 신청을 하면서 일찌감치 예약 마감도 했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 전 일주일 새 갑자기 “여행 일정이 변경됐다”며 예약이 모두 취소됐고, 올림픽 개막 열흘이 넘은 6일 현재도 비어 있는 상황이다. 그는 “나처럼 난감한 에어비앤비 호스트(숙소 주인)가 꽤 많다”고 했다.
호텔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파리 16구의 한 부티크 호텔 운영자 A씨(39)는 “올해 초 1박에 400유로(약 60만원)에 내놨던 (올림픽 기간) 객실이 개막 전 70%도 안 찼다”며 “두 번씩이나 가격을 낮춰 내놨지만 여전히 방 5개 중 1개가 비어있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는 지난해보다도 높은 수준의 공실률”이라며 “올림픽 기간에 교통 체증과 바가지 물가, 무더위가 극성일 것이라는 언론의 부정적 보도가 상당한 타격을 준 것 같다”고 했다. 결국 그는 8월 1일부터 올림픽 기간 숙박료를 1박에 200~300유로(약 30만~45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예상보다 줄어든 올림픽 방문객으로 인해 파리의 ‘올림픽 특수’가 타격을 받고 있다. 당초 파리 관광청은 올림픽 기간 동안 1130만명이 파리를 찾고, 이 중 150만명이 해외 관광객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해 파리 시내에 심각한 숙박난과 교통난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쏟아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방문객은 당초 기대의 60~80% 수준이라는 말이 나온다. 미어터질 줄 알았던 파리 지하철과 대중교통은 생각보다 한산한 상황이고, 역대 최고의 교통 대란이 벌어질 줄 알았던 파리 시내 교통 상황도 평소 휴가철과 비교해 그리 심하지 않다. 올림픽 경기장과 관광지가 몰려있는 파리 시내를 빼면 곳곳이 텅 빈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숙박 업소다. 파리 호텔 업계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파리의 호텔 객실 점유율은 80%대 초반에 불과하다. 평균 88.6%였던 2012 런던 올림픽, 또 94.1%였던 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보다 낮다. 당황한 호텔들은 뒤늦게 숙박료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파리 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현재 올림픽 기간의 1박 평균 가격은 313유로(약 47만원)다. 이는 지난해 여름의 최고 요금인 531유로(약 80만원)와 비교하면 41% 낮다. 스포츠 여행사 14SB의 알랭 바샹드 대표는 블룸버그에 “올림픽 대목에 이렇게 낮은 객실 금액을 받는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적자를 면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항공사들도 울상이다. 미국 델타항공과 프랑스·네덜란드 항공사인 에어프랑스·KLM 등은 올림픽 기간 파리로 오는 여행객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하고 대폭 증편을 했지만,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국제선 항공 수요는 115%나 늘었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8%에 그쳤다”고 했다. 이로 인해 델타는 1억달러(약 1376억원), 에어프랑스-KLM은 1억8000만유로(약 2711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편으로 추가된 좌석 중 상당수가 아직 팔리지 않아 성수기에 보기 힘든 마일리지 항공권까지 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객 수가 기대에 못 미친 이유에 대해 프랑스 관광 업계는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파리 올림픽과 관련된 부정적 보도다. 프랑스 매체들은 올해 초부터 올림픽 기간 내내 대중교통 과부하, 보안 강화로 인한 이동 불편, 심각한 도심 교통 체증 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끊임없이 제기했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 간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올림픽 기간 파리에서 테러 공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됐다.
파리 시내의 관광 명소를 경기장으로 활용한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아이디어가 관광객 유치에 ‘역작용’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관광 명소가 경기장으로 개조되고 진입 통제가 심해져 제대로 둘러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여유롭고 낭만적인 파리 여행을 꿈꾸는 이들이 올해 파리 방문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최근 신혼 여행지로 서울을 찾은 폴란드인 파베우(31)씨는 “본래 프랑스 파리를 갈까 하다 명승지를 제대로 구경하기도 힘들 듯하고, ‘올림픽 바가지’만 심할 것 같아 포기했다”며 “주변에서도 ‘파리는 언제든 또 갈 수 있다’며 다른 곳을 권유하더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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