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일수 12일… 평년보다 3배 증가
밤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최악 여름’으로 꼽히는 2018년의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 일수를 이미 넘어섰다. 무더위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장맛비에 버금가는 폭우까지 쏟아지며 습식 사우나에 갇힌 듯한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5일까지 올해 전국에서 나타난 열대야 일수는 평균 12.2일로 2018년(10.2일)보다 이틀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1991~2020년·30년 평균) 기록인 3.9일보다는 3배 이상 많다. 서울은 16일, 강릉은 18일, 제주는 22일 연속으로 열대야를 겪고 있다. 같은 기간 폭염 일수는 올해가 평균 11일로, 2018년(21.4일)의 절반 수준이다. 2018년엔 낮 더위가, 올해는 밤 더위가 심한 것이다.
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예년보다 습도가 높아지며 ‘수증기 온실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원인은 해수면 온도 상승에 있다. 현재 한반도 주변 수온은 섭씨 30도 내외, 필리핀 앞바다까지 가면 32도 안팎까지 크게 오른 상태다. 평년보다 2~3도가량 높다. 뜨겁고 축축한 남풍이 한반도로 밤낮없이 공급되면서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2018년 더위가 올해보다 낮은 심하고, 밤은 덜했던 것은 우리나라로 불어 드는 바람의 종류와도 관련 있다. 2018년엔 남풍과 더불어 중국 쪽에서 고온 건조한 대륙풍까지 불어 들었다. 건조 공기가 습도를 잡아주면서 밤에는 기온이 떨어졌다. 반면 올해는 대륙풍 영향은 거의 없고, 남풍의 강도만 예년보다 강해져 습도가 더 높아졌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수증기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크다”며 “습기는 열을 보존하기 때문에 밤에도 육지 바깥으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해가 져도 낮처럼 더운 것”이라고 했다.
열기가 해소되지 않은 채 계속 쌓이기만 하면서 대기 상·하층 기온 차가 커지며 소나기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 5일 밤 전남 무안에는 1시간 동안 102㎜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경북 칠곡(98㎜), 경기 양평(86㎜), 대구 달성(77.5㎜), 경기 여주(62㎜), 전남 장성(60.5㎜) 등에도 순간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시간당 100㎜에 가까운 소나기가 내리는 것을 ‘한국형 스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동남아에선 한낮에 지표가 뜨겁게 달궈지며 수증기가 증발하고, 대기의 수증기가 포화 상태가 됐을 때 한 번씩 거센 ‘스콜’이 내린다. 현재 높은 습도에 의해 강하게 발달한 소나기 구름대도 스콜처럼 장대비를 퍼붓고 있다. 다만 스콜은 햇볕에 의한 비라서 해가 떨어지면 내리지 않는 반면, 소나기는 밤낮 구분 없이 내린다는 차이가 있다.
폭염과 열대야, 집중호우가 동시에 나타나며 피해도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밤 내린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정전과 차량 침수 등 피해가 발생했다. 5일 오후 5시쯤 무안에서는 수도 공급 시설이 낙뢰를 맞아 무안읍 등 일부 지역에 수돗물이 끊겼다. 양평군 양근천 주차장에서는 차량 11대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잠겼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여름 열사병·열 탈진 등 온열 질환 추정 사망자는 이날까지 17명으로 집계됐다. 이 숫자에는 전국 지자체 등이 파악한 사례는 빠져 있어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온열 질환자는 총 1810명으로 늘어났다. 5일까지 더위에 폐사한 가축도 총 30만3000마리로, 이 중 닭·오리가 27만7000마리였다.
기상청은 7일에도 폭염과 폭우가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7일 아침 최저기온은 24~27도, 낮 최고기온은 31~35도로 예보됐다. 소나기 강수량은 전국에서 5~40㎜로 예상된다. 밤사이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에선 열대야가 잠시 해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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