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계속되는데 전력은 경고등... 예비율 2년 만에 한 자릿수
제조업 휴가 끝나 수요 더 늘어날 듯
전국적으로 낮 최고기온이 32~33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휴가로 멈췄던 제조업 공장들이 이번 주 들어 일제히 가동을 재개하면서 전력 수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5일 역대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한 데 이어 다시 기록 경신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커진다. 전력 위기의 경고등 역할을 하는 예비율은 2년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서울이 태국 방콕보다 무더운 이상 기온 현상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냉방용 전력 수요는 해마다 폭증하고, AI(인공지능)발 전력난에 전기 수급이 빠듯해진 현실에서 지난 정부 탈원전에 따른 발전소 건설 지연은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최대 전력 수요는 오후 7시 91.8GW(기가와트)를 기록했다. 무더위가 이어질수록 냉방 수요가 점증하는 전기 소비 패턴상 이번 주에 2022년 12월 기록한 역대 최대 수요(94.5GW) 돌파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과거엔 더위가 한풀 꺾였던 8월 셋째 주에도 올해는 서울 등 수도권의 낮 기온이 30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 수급 위기 우려가 커진다. AI와 냉방 등을 위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원전 등 10GW에 이르는 발전 설비 건설이 늦어진 여파는 우리 산업 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2020년 8월 89.1GW(기가와트)를 기록한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지난해 8월에는 93.6GW, 지난 5일엔 93.8GW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4년 만에 1.4GW급 신형 원전 3기가 넘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10년 만에 최대 수요 20GW 폭증
93GW를 웃도는 최대 전력 수요는 13년 전인 2011년 1월 기록한 그해 최대 전력 수요 73.1GW보다 20GW가량 급증한 수치다. 당시 공급 능력은 77.1GW로 공급 능력에서 수요를 뺀 예비력은 불과 4GW에 그쳤다. 2012년에도 예비력은 4GW, 2013년엔 4.2GW로 여유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대 전력이 20GW가량 늘어나는 동안 공급 능력 또한 당시보다 25GW가량 증가하면서 최근 들어선 예비력에 여유가 생겼다. 이 기간 1GW급인 신고리 1·2호기(2011년, 2012년), 신월성 1·2호기(2012, 2015년)와 1.4GW급인 새울 1·2(2016, 2019년), 신한울 1·2(2022, 2024년) 등이 잇따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덕이다. LNG(액화천연가스) 발전과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AI의 확산과 이상 기온에 따른 에어컨 사용 증대 등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탈원전과 석탄 발전 퇴출 등으로 10GW에 해당하는 설비의 가동이 애초 계획보다 늦어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2011년 9·15 순환 정전 이후 지난 10여 년은 공급 능력을 늘리며 대처했지만, 탈원전 정책 등의 여파로 향후 전력 수급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들쑥날쑥 태양광, 멈춰 선 원전
최근 들어 발전량 비중이 5%를 웃도는 태양광은 흐리거나 해가 진 이후에는 전력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잇따르는 호우성 소나기도 어려움을 가중한다. 전력 당국 관계자는 “요즘은 비구름이 좁게 형성되는 때가 잦다 보니 태양광 발전량을 예상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체 원전 25기 가운데 8기가 멈춰 있는 것도 최근 전력 수급에 불안감을 더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올여름 전력 수급 전망·대책 발표 때 원전 25기 중 21기를 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월성 4호기에 이어 1.4GW급인 신한울 1호기까지 지난주 고장을 일으키면서 현재 가동 원전은 17기에 그친다.
◇노후 설비도 문제
급격히 늘어나는 가정 내 전력 수요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변압기 등 낡은 전기 설비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올여름은 밤에도 더위가 계속되면서 곳곳에서 정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에도 인천에서만 만수동 아파트 단지 4개 동 300여 가구와 가정동 아파트 1개 동 60가구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인덕션을 비롯해 의류관리기, 건조기, 시스템 에어컨 등 전력 소모가 많은 가전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파트 단지의 변압기나 전선 등은 과거 기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정전으로 출동한 건수는 해마다 200건을 웃돈다.
변압기 등 전력 설비를 교체하면 재건축 추진이 불리해지는 현행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재건축을 고려하는 단지는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위해 설비 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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